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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Nov 29. 2023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곱게 철들고 엔돌핀 가득 채운 어른

해가 드리우지 않는 아침은 겨울비가 촉촉히 땅을 적시고 있음을 예상케 한다. 햇살에 바짝 마르길 기대하고 베란다에 널어놓은 커튼은 완전히 마르지 못하고 나른하게 건조대를 차지하고 있다. 을 입지 않은 듯 허전해 보이는 거실 창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회색빛 하늘에 시선이 간다.


 그러고 보니 요즘 하늘을 볼 여유를 갖지 못했었는데 이렇게라도 하늘을 보게 되니 마르지 않은 커튼에게 "좀더 천천히 말라도 괜찮아. 덕분에 하늘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선물받은 기분이야"라고 말하고 싶었던 날다.


파란 하늘이 아니여도 괜찮다. 어둠이 깔린 우중충한 날을 선물해 주어도 하늘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오늘도 약속된 내일이 왔다는 증거일테니 말이다. 그래서 하늘을 올려다 보는 일은 늘 반갑다.


오랜만에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춰본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리메이크곡을 듣다가 익숙한 목소리가 아니여서 '누구 노래였더라....' 한참을 생각하다가 원곡이 유엔의 선물이라는 곡이였음을 알아차렸다. 즘 감성으로 재해석한 곡이 꽤 괜찮다. 리고 비가 내리는 날여서 그런지 유난히 발라드가 많이 들린다. 차를 우릴 물을 끓이는데 전기포트의 요란한 소리 음악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이내 전기포트의 소리를 멈추고 잔을 다시 제자리로 넣어 놓는다.


리메크곡이 나왔다는 건 세월이 그만큼 흘렀다는 것이기도 하다. 옛 정취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곡들은 이제 다른 목소리로 불려지는 곡들로 더 많이 들려지곤 하는데 시대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원곡이 됐든 리메이크곡이 됐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 시대의 정서를 느껴보는 일 이젠 나이가 적지 않음을 깨닫게 해준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단순히 나이가 많아진다는 것은 아닐것이다. 살아온 세월의 기간만큼 인생의 경험치가 쌓이고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기며 눈치가 늘고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상념에 빠지기도 하고 는 더 신중해지며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가끔은 먹고 싶지 않아도 순리에 따라 먹어지는 나이의 무게를 따라가는 것이 혼란스럽기도 하다.


오래전 추운 겨울날 뚜벅이였던 임산부는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버스에서 잘못내려 다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나가는 한 여성 운전자분이 추운데 빨리 타라며 내앞에 차를 세워주셨다. 너무 추워서 그냥 탔는데 생각해보니 목적지가 어디인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다행히 운전자분이 사는 곳과 가까웠고 덕분에 편하게 집까지 올 수 있었다. 추운 날 발을 동동 구르며 추위에 떨고 있는 임산부가 고마운 천사같은 분을 만난 건 그날의 행운이였다.


그날의 기억으로 추운 겨울날이나 비가 오는 날 종종 운전하고 가다가 차를 세워 목적지를 물어볼때가 있다. 같은 방향이거나 조금 돌아서 가는 길이면 태워주곤 하는데 그날의 나처럼 추위에서 빨리 구원해줄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누구에게나 행운이고 고마운 일. 그리고 따뜻한 일일것이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마음의 여유를 두는 일인것 같다.


얼마전 마트에 갔는데 좁은 길목에 놓여져 있는 장바구니에 넘어질뻔 한적이 있다. 돌아서 가는 길엔 사람이 붐비고 장바구니의 주인은 누군지도 모르겠고 길목을 막고 있는 장바구니를 넘어서 가게 되었는데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의심했다.


 "야!!!!"


"저한 하신 말씀이세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본인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반말로 소리지르는 행동에 할 말을 잃었다. 화가 나고 따지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도 싫었고 이미 모르는 사람에게 반말로 소리지르는 행동에 대꾸할 가치가 없 보였다.


곱게 이들고 싶다. 나이를 먹었다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사유가 깊어지고 남을 배려하며 주위를 돌아볼 줄 알고 이기적인 행동에서 벗어나야 진짜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대접받고자 하는 어른이 아니라 어른다운 행동을 할때 자연스레 대접받는 어른이 될 것이다.


또 하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내 삶의 주인공이 나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행복을 느끼면 주위 사람들에게도 좋은 에너지가 전달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꾸준히 관리하고 돌아보는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2~30대때는 타인의 눈높이에 나를 맞췄다면 이제는 나의 눈높이에 자신을 맞추는 일이 그러할 것이다. 엔돌핀 가득한 행복에너지를 뿜어내기 위해서는 내가 가장 행복해야 한다.


아이스크림 회사 베스킨라빈스의 상속자 존 로빈스는 어마어마한 재산상속을 포기하고 환경운동과 건강운동가의 삶을 택했다. 그는 10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눈밭을 뒹굴어라. 빗속을 달려라. 달밤에 춤을 추고 맨발로 잔디를 밟고 스케이트와 댄스를 배우자. 친구와 함께 별을 보자. 낙조를. 그리고 해 뜨는 장엄한 아침을 보자"


머리카락을 쓸어 넘길때마다 보이는 몇가닥의 흰머리카락이나 웃을때 패인 눈가의 주름이 말해주는 이가 아닌 행복한 인생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는 진 어른의 모습이고 싶다.


#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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