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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Dec 06. 2023

심플한게 좋습니다

아침식사는 늘 간단하다. 구운계란과 아몬드 몇개. 이사를 하고 난 후 아이들도 당분간 다니던 곳으로 이동을 해야해서 아침식사를 차에서 구운계란으로 떼울때가 많다. 일찍이라도 일어나주면 좋으련만 추워진 날씨와 짧아진 해의 길이로 이른 기상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바로 옆 학교를 두고 차로 10분거리를 매일 통학하는 일이 작은 아이에게는 분명 쉽지 않은 아침일테니.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급하게 등교준비를 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나를 바라본다.


"너희들 아직 그자리에 그대로 있구나"


발이 달려 스스로 움직여 정리가 될 녀석들이 아닌 벗어놓은 옷가지들에게 괜한 투정을 부려본다.


'그래. 너희들이 그렇지 뭐 '

(스스로 정리되어 있으면 얼마나 좋아!)


아침전쟁의 흔적을 없애고 간단히 먹은 아침식사의 에너지가 아직은 남아있다. 아침부터 많은 음식을 먹지 않아 속이 편하고 싱크대의 설거지거리도 적어 간단한 아침식사는 꽤 만족스럽다. 종 이것마져 급하게 먹을땐 체하는 날도 더러 있었는데 이젠 조금 덜 급하게 먹으려고 노력중이다.


짐정리가 거의 끝나고 보니 역시 짐이 적어야 정리하기 수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아직 정리하지 못한 짐들이 베란다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게 눈에 거슬려 빨리 처분할 방법을 모색중이다. 얼마나 더 버려야 트리에 짐들을 차곡차곡 넣을 수 있을지 짐을 늘리는 일은 종 정리의 늪에 빠지게 할 수 있으므로 여러번 생각해 보기로 했다.


심플한걸 좋아하는 이유는 이것에 있다. 정리하기 쉽고 남아있는 것에 대해 더 깊은 애정을 쏟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필꽃이에 잔뜩 꽃혀 있는 펜들을 한번 정리했다. 잉크가 말라서 나오지 않는 펜들을 추려서 버리고 쓰여질 펜들만 모아두니 좀 더 찾기가 수월해졌다.


물건들은 정리하기가 쉬운 반면 인간관계에서 심플함이란 쉽지 않은 문제일 것이다.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한 방송인이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친한 사람 자주 안 만나요. 드문드문 밤하늘의 별은 보면, 바로 붙어 있는 별도 몇 억광년 아니에요? 난 사람 사이도 그렇게 긴밀하고 밀착된 거 보다는 조금 바람이 통하는 관계. 선선한 바람이 지나가는 사이. 그러면 조금 더 오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

- 가수 양희은 -


자주 만나고 긴밀하게 지낼수록 벽은 사라지고 예의마저 없어져버린 관계가 될 수 있다. 리고 은연중에 기대감이 생기곤 하는데 기대감이 클수록 실망도 커지는 법이므로 심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좋은 관계에 도움이 된다.


상대방이 꺼내지 않는 이야기를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 때로는 그런 행동에 불편을 느낄 수 있고  알아도 모르는 척 넘어가는 센스도 필요하다.


성격도 심플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많은 잡념과 복잡한 생각들이 사는 세계에서 심플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판단할 수만 있다면 머리아플일도 없을텐데 말이다. 단순하기는 커녕 단순하지 못한 생각들로 꽉 차있어서 이것들을 정리해 나가는 과정이 버거울때가 많다.


뭐든 정리가 잘 되려면 심플해야 한다. 물건은 줄이고 인간관계에 너무 깊게 빠지기 보다는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고 성격을 단순화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이미 형성되어 굳어버린 성격을 단순화 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최대한 심플하게 생각해 보는 걸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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