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월 Nov 26. 2023

오늘이 가기전에

아직 두시간이나 남았다구!

우드 블라인드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옴을 제일 먼저 알아차린 눈이 번쩍 떠진다. 아직 끝나지 않은 짐정리에 심취해 오직 정리하는데만 시간을 쏟는 날들을 얼마나 더 보내야 할지 떠올리며 오늘은 얼마나 정리가 될지 그려본다.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미니멀하게 시작해 보고자 않쓰는 물건들을 지역카페에 올리다가 남편이 당근의 이용을 권한다. 목적은 않쓰는 물건들을 빨리 처분하는 것이기에 나눔이나 또는 아주 저렴하게 리다보니 하루 이틀안으로 거래가 성사되곤 한다.


한번은 주니어카시트를 나눔하기로 했는데 만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아이를 데려다 주고 집앞까지 배달을 자청했다. 되도록 빠른 시일안에 처분해야 하기에 이 결정이 최선이였다. 카시트를 집앞에 내려주니 감사의 표시로 간식이 든 작은 쇼핑백을 건내주었다. 핑백에 든 간식을 하나 꺼내먹으며 운전대를 잡았는데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번 했던 거래자가 떠오르며 미소가 지어다.


 사실은 내가 편하고자 배달을 해 준 것인데 고마워 하는 마음에 더 고마움이 느껴진다. 집에 도착하기까지 간식을 하나 더 헤치우고 아침은 이것으로 대신하기로 한다. 거래를 하다 보면 간식을 챙겨주시는 거래자분들이 많아 간식이 꽤 쌓였다. 이제 글을 올릴때 '매너손 사양합니다. 감사 인사로 충분합니다'라는 문구를 덧붙여야 겠다.


이사를 하고 10일째. 붙박이장이 따로 없는 집엔 새 가구도 필요하고 가구들이 갖춰지니 어느정도 정리가 이루어 진것 같다. 이사하면서 망가진 시스템장 AS만 받으면 제일 큰 숙제인 옷정리가 마무리 될 것이기에 당분간 드레스룸 문은 닫아놓고 생활하고 있다. 드레스룸 방문을 열어볼때마다 심난해지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않보는 이 상책다. (안본 눈 삽니다)


짐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던 공간들이 정리되고 나니 자꾸만 그 공간의 문을 열어보며 스스로를 칭찬하고 뿌듯함으로 토닥여 주는 자신에게 만족감을 드러내는 멋진 미소도 날려본다. 오늘도 이만큼의 성과가 있었던 날이니 눈에 많이 많이 담아보고 싶어진다.


커튼수선, 베란다 정리(정리가 안된 짐들이 모여 있음), 드레스룸 정리만 끝나면 정말 사람사는 집이 될 것이므로 점점 정리에 속도가 붙는다. 뭐 하나에 꽃히면 정신없이 해대는 성향때문에 글쓰기에 조금 소홀했던 일이 계속 찜찜함으로 남아있다. 오늘이 가기전에 글쓰기를 하나 더 마무리하면 나와의 약속은 지키는 셈이기 오늘만큼은 아이들을 재울때 절대 잠들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아이들을 재우고 두시간안에 글을 쓸 수 있을지 의심할 겨를이 없이 써내려간 초고에 퇴고의 과정도 잊지 않고 마무리 하려고 한다. 오늘도 잘 했고 약속 지켜줘서 고맙고 내일도 활기차게 시작하는 멋진 하루가 되기를 기약하며.

 

#라라크루


매거진의 이전글 비움의 자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