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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Feb 18. 2024

습관잡기 프로젝트

자기주도학습이 목표입니다

계단을 빠른 속도로 기어가며 질주하던 아이, 걸음마를 시작하고 의지대로 걷게 되었을때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던 아이가 너무 빨리 커버렸다. 초3, 초1을 맞이한 아이들은 키도 크고 마음이 많이 커졌다. 얼마전 가끔 보던 지인의 아이를 만났는데 작고 귀여웠던 아이가 키가 많이 컸고 벌써 6학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세월의 속도를 또 한번 절실히 느꼈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와 주변 사람들의 학원가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기도 했다. 영어 학원의 레벨테스트 이야기, 수학 학원은 어디가 좋다더라, 예체능은 저학년까지만이다 등등.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맘카페를 보아도 별반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신념에 변화가 찾아왔다.


아직도 자연을 느끼며 뛰어 놀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할건 하자라는 생각으로 조금 바뀌었다. 이건 성실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받아쓰기 30점을 받아왔을때 썩어가는 표정에 미소를 띄우려고 애를 쓰며 이건 아니다 싶었다. 50점을 받아왔을때는  "5개나 맞았구나 잘했어" 라고 했지만 30점을 받아왔을때는 도저히 이 말을 해줄 수가 없었다.


예습을 챙겨주었을때 90점을 받와서 한개만 더 맞으면 100점이라고 안타까워 하던 아이였는데 자기주도학습이 이루어지지 않 아이에게 예습을 당연히 했을거라고 생각했던 어리석은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최소한 자기 할일을 성실히 해내는 사람이라면 10개중에 5개 이상은 맞힐 수 있을거야!라고 말해주었다. 자기주도학습이 이루어 질 수 있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직장이 육아휴직처리가 되어 있어 휴직중에는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없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급하게 영어학원을 알아보는데 대부분의 학원은 대기를 해야 했고 마침 티오가 난 학원에 상담을 간 적이 있다. 아이의 레벨을 가늠하기 위해 일종의 약식 레벨테스트가 이루어 졌는데 아이는 짧은 시간에 생각을 쥐어 짜내며 한글자씩 적어 내려갔다.


집에서 공부하던 것과는 다른 환경에서 학습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상담을 받았지만 이는 학원의 분위기를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마지못해 학원을 다닌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싫으면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나니 홈스쿨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는 100점을 맞는 게 아니다. 자기주도학습이 이루어 지게 도움을 주는 것이고 그걸 해내는 과정에서 희열도 느껴보고 재미도 느껴보고 목표의식도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로 해결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사를 하면서 거실에 티비를 없애고 대신 책장과 1800짜리 테이블을 놓은 것은 책을 읽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였는데 습관이 잡히면 나도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들이 찾아오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가지고 있다. 제발 그런 날이 찾아오기를.


핸드폰 사용시간을 두고 늘 골머리를 앓곤 하는데 도통 제어가 힘든 아이들에게 기준을 조금 완화해 보기로 했다. 대신 조건이 붙는다. 책 두권이상 읽기, 수학 연산. 사고력 풀기, 국어 독해, 어휘풀기, 한자쓰기. 영어 리딩게이트까지 마치면 핸드폰 사용시간을 조금 허용해 주는 것으로 말이다.


이 모든 것을 해내는 데는 체 두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두시간의 끈기와 인내심을 발휘한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보상도 필요해 보인다.


아직 미취학인 막내는 새로운 학습지를 시작할때 설명이 필요하지만 한번 이해를 하면 흥미있어 하는 성향인데 비해 큰 아이는 막히는 구간에선 짜증이 앞서는 아이라서 기다려 줘야 한다. 막히는 구간이 진짜 막혀서 짜증내는게 아니라 하기 싫어서 짜증낸다는 걸 알고있기 때문에 기다려 주면 스스로 해결하고 그제서야 웃어 보이는 아이이다.


아이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책장에서 책을 꺼내어 테이블에 올려 놓는다. 그리고 그날 해야 할 학습지들을 꺼내어 쌓아 놓고는 개씩 이행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간단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중간에 흐름이 끊기는 걸 원하지 않는 아이들은 음식의 따뜻한 기운이 조금 가시고 나서야 먹기 시작한다.


식사 후에 학습을 시작해 보는건 어떨까?라고 제안을 했지만 아이들의 몸은 일어나자마자 학습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잡은 듯 했다. 끝내 버려야 하는 일이 아닌 이것들을 통해 성취감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유있는 식사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생각하며 학습을 하는 습관으로 바꿔줘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습관을 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이미 고착화 되어진 일은 아닐지 난제로 남아 있다.


습관을 잡고 바꾸는 일은 몇달이 걸리곤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서히 바뀌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느 시점이 되면 바뀌어 있는 모습에 변하긴 변하는구나 느다.


학원은 포기했지만 스스로 해쳐나갈 아이들의 모습에 응원을 보내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다. 그러려면 일할 시간이 확보가 되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시간배분이 오늘도 두통을 일으킨다. 이럴때 '物(물)' 은 남편에게 조금 토스해야 겠다.


자기주도학습이 이루어지면 나도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그때까지 내 시간을 아까워 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들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는 일만큼 벅찬 일은 없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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