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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Mar 07. 2024

시작하는 우리들에게

풍경화를 그리고 싶은 날에

꽃다발의 포장지를 떼어내고 연보라색 퐁퐁국화와 노란 프리지아 그리고 안개꽃을 꽃병에 꽃는다. 창을 열고 바람이 불어 올때면 전해지는 꽃내음에 코를 더 가까이 대어본다. 꽃향기가 기분 좋은 회를 자극하지만 이내 금방 사라지는건 아닐지 쓸데없는 걱정이 한차례 밀려오곤 한다.


매일 아침 물을 갈아주고 일주일정도가 지나니 안개꽃과 프리지아는 시들었는데 퐁퐁국화는 처음과 거의 변함없는 자태를 유지하고 있다. 안개꽃과 프리지아에게는 작별을 고하고 꽃병에는 국화 네송이만이 남아있다. 오랫동안 건강하길.


신학기는 학부모들에게 새로 시작하는 마음 분주함을 안겨준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를 대하는 마음은 첫째때보다 유연해졌으며 째에게 조금은 의지하는 마음이 생겼다. 전학한 학교에 적응해야 하는 첫째이지만 아무렇지 않게 둘째를 학교 교실까지 데려다주는 듬직한 모습이니 말이다.


현실자매 부딪히고 싸울때도 있지만 밖에서는 누구보다 동생을 잘 챙기는 언니의 모습 엄마를 만나면 다시 귀여운 아이가 되어버리곤 한다. 심찮게 들려오는 사춘기 아이들의 세계는 상상하기 싫어지는 순간들이다. 괜한 두려움들이 종종 엄습해오도 한다.


새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에는 늘 탈이 난다. 비염과 몸살로 두통은 기본이고 3단 연속 콤보 재체기는 덤이다. 예전과 달리 한번 아프기 시작하면 잘 낫지도 않을 뿐더러 병원가는 일조차 좋아하지 않는 인간에겐 그저 버텨내는 일이 최선일 뿐이다. 나이탓도 해보며 이 시간들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생각해보니 환경이 바뀌는 것들은 비슷한 시기에 몰려있었다. 새학기, 입학시즌, 계절의 변화.. 즉 환경의 변화들인 것이다.


그렇다고 일상이 크게 바뀐 것도 아니다. 그걸 받아들이는 몸상태와 정신상태만 크게 긴장하거나 해서 소화력이 떨어지고 기력이 조금 딸릴 뿐이지 일상은 아무렇지 않게 돌아간다.


 아이들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자처한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는 일은 이런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에 더해진 일이 되었다. 2학년때까진 채점정도 해주고 틀린문제를 설명해주는 정도였다면 3학년의 학습은 학습량에서도 차이가 난다. 더불어 같이 시작한 둘째 언니의 학습 분위기를 따라가게 되었다.


일주일치 계획표를 매주 월요일에 출력해서 책꽃이에 꽃아둔다. 계획은 매주 조금씩 바뀐다. 아이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고 교과목을 따라갈 수준의 예습정도는 이루어 져야 하기에 이것들을 조율해 나가야 한다.


첫째는 배고프거나 피곤한 상태가 아니라면 곧 잘 하는 편인데 둘째는 오늘만 두장을 한장으로 줄여 달라거나 이마저도 통하지 않으면 팬을 놓아버린다. 앉아있는 습관이 조금 더 필요한 나이라 엉덩이의 힘이 길러질때 까지는 우리 모두 인내가 좀 필요해 보인다. 천천히 가보기로 한다.


자전거를 타러 나간 아이들은 나름의 스트레스를 본인들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놀이터에는 우리 아이들 뿐이다. 많은 아이들이 학원에 있을 시간이기도 하고 할일을 마친 첫째와 둘째는 놀이터를 장악하고 신이 났다. 이제는 두발자전거를 사줘야 할때가 온 것 같다. 몸집이 커진 아이들이 탄 네발 자전거가 한없이 작아보인다.


학년에 맞는 학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는 것도 너무 중요한 나이이기에 아이들의 표정이 좋아보인다. 먹구름을 멍구름이라고 말한 둘째와 웃음이 터진다. 먹구름의 별명은 이제 멍구름이 되었다. 전거가 몸집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두발자전거를 배워보는걸 권유했더니 아직 네발자전거가 좋다고 말한다.


아이들과 붙어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반대로 내 시간은 없어졌다. 아직 1시 전이면 하교를 해야하는 둘째서 왠만하면 오전시간에 많은 일들을 끝내야 한다. 헬스장에 또 기부하게 생겼다. 탁기는 두번째 돌아가는 중이고 여기저기 널부러진 책들은 이제서야 정리할 수가 있다.


방학때는 청소는 하되 정리는 하지 않았다. 간단한건 아이들이 정리를 하도록 지도하고 나머지는 방학이 끝날때까지 실컷 가지고 놀라고 그대로 두었다. 이것들을  정리하는 건 오전시간에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마져 생겨버렸다. 


몸집이 커진 아이들의 옷들을 바꿔주면서 계절옷 정리와 함께 할일들이 추가가 되었다. 건들지도 못하고 괜시리 냉장고를 한번 털기 시작하더니 단번에 정리를 해버렸다. 생각이 많을때 하는 버릇이 시작됐다. 비워내고 청소하고 정리하는 일들이 그것이다.


미라클모닝을 실천해볼까? 새벽에 운동을 해보려고 했으나 평균 수면시간을 계산해보면 미라클모닝은 나에겐 득보단 독이 될께 뻔하기에 선뜻 실행하진 않는다. 당분간 헬스장엔 기부하는 걸로 해야겠다.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몇시간 남짓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그마저도 이젠 내려놓았다. 일단 수면시간을 늘리고 무조건 컨디션회복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기에 핑계삼아 푹 자는 일도 잊지 않기로  한다.


아이들이 어렸을때부터 자기전에 항상 책을 읽어주었다. 잠자리 독서에 추가된 것이 있다면 영어책이다. 3학년이 된 첫째의 영어수업에 도움이 되기 위해 영어책을 읽어 주기로 하면서 부터이다. 잠자리 독서시간에는 책을 읽고 나서 이야기 시간을 갖는데 꽤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에 저녁시간은 늘 분주하고 마음은 늘 쫒기듯 흘러간다.


독서시간은 아이들이 제일 좋어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취침시간이 조금 늦어 지더라도 잠자리 독서시간은 늘 가지려 한다.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과 상력 가득하고 때론 장난기 가득한 이야기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간들은 때론 반성의 시간이 되기도 하는데 분위기가 무르익었을때 한마디씩 튀어나오곤 한다.


"오늘 큰소리내서 미안해"


아이들은 "엄마 나도 미안해. 이제 말 잘들을께"라든가

서운했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속마음을 알면 아이와의 관계가 더 좋아질 수 있다.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오늘이 내일로 이어지길 바라며 마인드 컨트롤좀 해보자며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몇일 전 꾸었던 꿈에서 말해주듯 새로운 환경들에 분주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일은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이 겪는 풍경일 것이다. 이런 풍경들을 스캐치하고 물을 넉넉히 섞은 물감을 붓으로 찍어 하얀 도화지에 채색해보고 싶은 날이다.


바쁘게 회사생활하는 가장의 모습, 작은 몸집에 큰가방을 메고 지각하지 않으려고 서둘러 등교하는 아이들의 뒷모습, 온 집안을 누비며 자주 먹을것을 탐하는 반려견들의 모습, 그리고 오늘도 잘 살아내고 있는 내모습까지 스캐치하고싶은 멋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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