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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Mar 28. 2024

다시 한번 심기일전

3월의 끝자락에서

공연의 여운이 가득 남아있는 저녁. 적당한 기온과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과 조금 흐릿하지만 밝게 비추는 달빛의 조화가 꽤 잘 어우러지는 밤이다. 변덕스러웠던 날씨중에 오늘에 어울리는 옷을 생각해 내느라 고민했던 옷차림까지 완벽했던 날이다. 설레였던 마음이 쉽사리 가라앉지 못하지만 특유의 차분함이 이끌어내는 고요함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20대 시절 친구들과 신나게 노느라 집에 들어가기 싫었던 감정들을 40대가 되어서도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건 아마도 아직 철이 들지 않았거나 철들기가 싫은 마음일 것이다. 사실은 후자이고 싶다. 철은 들었지만 철이 들기 싫은 것이다.


일상은 일상대로 별일없이 흘러가지만 가끔은 청량음료같은 톡 쏘는 이벤트가 필요하다. 내 자신이 한 사람의 아내, 아이의 엄마이기 이전에 차분한듯 보이지만 종종 수다스럽고 알고보면 꽤 발랄하고 노는 것도 좋아하 들기 싫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런 의미에서 공연이 주는 즐거움은 청량음료 수준이 아니라 앱솔루트 보드카를 마신 것만 같은 정신 못차릴 정도로 기분 좋은 파민과 엔돌핀이 적절히 섞인 완벽한 선물 것이다.


보상도 받았으니 다시 일상을 스케치하는 일이 이어진다. 철없는 사람의 역할극에서 다른 배역으로 체인지가 되었어도 이 무대의 숨은 주인공은 언제나 나이기를 바란다.


일벌리기를 좋아하는..아니 잘하는 한 사람. 늘 그랬던 것 같다. 마음이 가는 대로 의식이 따라가곤 하는데 이걸 제어하는 능력은 아무래도 나에겐 없는 것 같다. 4월에 접수를 하고 7월에 시험을 보겠노라 책을 잔뜩 사놓고도 책 한권을 다 못봤으니 열정만 있고 의지박약한 참으로 나약한 인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바쁘고 정신 없었다는 핑계로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합리화 시키는 과정도 빼놓수 가 없다. 그래야 내일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이런 노래 가사말도 있지 않던가.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 중에서)


떠난 시간들에게 노래할께요. 후회없이 애썼노라 말할께요.


벌써 3월이 지나고 있지만 이제 3월이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4월엔 일상이 조금 더 안정되고 리듬을 찾아 갈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 3월을 달려왔으니 말이다.


분홍빛 매화꽃이 피어날 새로운 달의 시작이 지난 시간들의 아쉬움들을 달래 줄 또 하나의 선물이 되어 줄 것이다. 매년 봄을 맞이할 때면 겨우내 움츠러 들었던 몸이 기지개 켜지듯 음 또한 무언가의 시작을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설레임과 기대감이 충만한 상태가 되어진다. 봄의 시작은 그래서 늘 기분이 좋다.


아무래도 7월에 시험을 치루는건 무리일 듯 하지만 12월도 있으니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계획을 수정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급할 수록 돌아가라고 하지 않던가. 돌아서 가더라도 준비된 상태여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지식으로는 그저 찍기신공에 불과할뿐.


지난 시간들의 아쉬움보단 맞이할 날들의 설레임이 더 크게 다가오는 봄의 초입 어디쯤에서 다시 한번 으쌰으쌰하며 기운을 돋구어 본다. 아마도 몇일 전에 삶의 큰 낙이였던 공연의 기운을 잔뜩 받아온 결과가 꽤나 큰 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것 같다. 래서 더. 더. 더 활기찬 4월을 시작할 열정이 생긴다. 행복한 일을 만들면 행복한 일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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