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용기

by 하이온

눈부시게 노란 카톡창을 켜놓고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동시에 가장 검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은 내가 노란빛에 물든 것인지 샛노란 내가 어둠에 잠식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가을빛 낙엽 사이의 덜커덩-덜커덩- 열차 소리에 둥-둥-둥-둥- 정박의 가장 낮고 두꺼운 베이스와 지징-지징-지징-지징- 엇박의 가장 귀가 편한 코드의 페인트가 다 벗겨진 낡은 일렉 기타가 울리는 배경이었으면 한다.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 -너드 커넥션-


안녕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오늘 날씨만큼 흐렸나요

화창하진 않았대도 자그만 행복이 깃들었길 바래요

나의 하루는 여느 밤과 같았어요 모든 게 미워지더니

그게 결국 다 후회가 되고 전부 다 내 탓이 돼버렸어요

삶이란 건 알다가도 모르겠죠 내가 많이 사랑했던 게

나의 목을 조르는 밧줄이 되더니 나를 매달고 싶대요

알아요 나도 수없이 해봤어요 노력이라는 걸 말예요

근데 가난한 나의 마음과 영혼이 이제 그만해도 된대요

안녕 마지막 인사가 되겠네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이제 다신 볼 수 없기에 자그만 행복을 남겨두고 가요

스스로를 갉아먹는 나의 밤이 날 다 먹어 치울 때쯤

난 당신의 기억 속에서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 사라지길



너를 비추는 손전등을 든 가장 검은 나.

빛에 잠식되어 한없이 작아지는 검은자.


나의 하루는 많이 흐렸다. 후회 한 방울, 자책 한 방울, 미안함 한 방울, 나를 진하게 적셔 솜털 같은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견뎌내었다.

두려움과 불안함을 무거운 공마냥 굳이 끌어안고 한 몸 되어 어느 곳을 추적추적 굴러다녔다.

또다시 밖은 어두워졌다. 나는 밤에 물들어 귀, 눈, 입, 코, 깊숙이 잠겨갔다.


전부 다 내 탓이 되었다. 온도, 습도, 향기 한 톨까지 끌어모아 전부 다 내 탓으로 만들어버렸다.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밧줄은 단단해지고 저릿하게 끌어당긴다. 겨우 사랑 한 움큼을 부여잡고, 발끝을 뻗어 평안을 밟고, 뿌리 끝부터 곤두선 머리털은 더 깊이 가슴을 찌른다.


내 노력은 없다. 없이 한 노력이었다. 결국 훌렁 날아가버릴 노력이었다.


의미 없이 욱여넣은 밥 한 숟갈은 손톱이 되어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근육 한 줄기마다 정성스럽게 끊어버린다.


미안하지만 남기고 갈 희망 따윈 없다. 불이 무서워 미처 태우지 못한 담배 한 개비를 두고 간다.

어두운 그 밤에 누군가 태워주길. 그 빛이 내 생에 가장 밝은 빛이었음을 깨달으며 한 줌 재가 되어 영원히 사라지길.








작가의 이전글눈동자에 비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