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과 히비스커스

by 바닷물

시간은 부족한데 과제는 많고,

포기는 결국 더 큰 대가로 돌아올 뿐임을 알게 된 스물넷의 여자는 아침 일찍부터 카페로 향했다.


걸어가는 길목에

밤새 내린 비로 바닥에 떨어진 단풍잎


붉은 단풍잎에 빗물이 스며들어 질퍽하다.

불그스름하면서 물기를 머금은 길이

마치 핏물이 낭자한 내 가슴 같다.


철벅철벅, 단풍길을 지나

화가 난 엄마께 어떻게 사과할지를 생각한다.

미움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내 마음을 전달할지를 고민한다.


그러다 또 문득 불안해진다.

나의 용기가, 진심이 왜곡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스멀스멀.. 저 멀리 보이는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카페에 도착해 따뜻한 차를 시켰다.

히비스커스 티를 시켰다.

빨간 찻물이 마치 내 심장을 쥐어짠 핏물 같다.


나를 이해할지도 모르는 유일무이한 존재에게 기도를 하고

마침내 용기를 내어 엄마에게 화해의 전화를 걸어본다.


왜,

그냥요.. 저번에 말씀드렸던 거 있잖아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네…


할 말이 있으면 똑바로 해.

더 없어요.


그럼 끊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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