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자아를 지탱하기 위한 글
내가 보잘것없어서 무시를 당한다는 엄마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아무리 부모가 잘나도 자식이 별 볼 일 없으면 무시당하는 거야. 네가 좋은 대학 갔어 봐.”
”나는 보잘것없지 않은데…“
“겨우 OO대 편입한 주제에 무슨, 어이가 없어서.”
계속되는 폭언에 머리가 어지러웠으나
그것은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시선에 문제가 있는 것이며,
사람의 가치를 그렇게밖에 바라볼 줄 모르는 그들이 편협한 것이라는 말을 차마 입밖에 내지 못했다.
당신께서도 그들과 같은 시선을 공유하고 계셨기에.
그리고 얼마 전 읽기 시작한 알랭드보통의 에세이 ‘불안’의 내용을 떠올리게 되었다.
사람들이 서로를 비교하고, 불안 속에 살아가는 이유는 타인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이다.
그녀의 발언 하나하나에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진하게 묻어나 있었다.
그래, 인류는 그렇게 오랜 시간 계급사회 안에서 살아왔지. 이런 마음이 드는 건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인 거야.
“인정받고 싶으면, 다른 사람에게 싫은 말 듣고 싶지 않으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지.”
전제부터 반박하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억눌렀다.
나는 ‘미움받을 용기’를 다시 읽은 순간부터 타인의 인정을 바라는 마음을 버리기로 마음먹었다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선택했다고.
대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나는 누구의 인정을 받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 가치 있는 사람이야.
나는 다른 모두와 마찬가지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소중한 존재야. 그리고 평범해질 용기가 탑재된 사람이지.
능력치의 작은 차이를 두고 계급을 나누는 것, 아웅다웅하는 그들에게서 한 발자국 떨어져 지구의 시선으로 그 장면을 바라보면 아주 귀여울 따름이다.
이 작은 나라에서 획일적인 가치관에 따라 줄 세우기를 하는 모습.
우습다는 비웃음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정말 귀엽다.
나도 누군가의 사랑을 조금 더 받고 싶다고. 받아보겠다고.
나 이런 사람이라고, 공작새마냥 꼬리깃을 펼치고 멧비둘기처럼 목을 부풀리며.
3번의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편입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과를 거두고,
새로운 학교에서 한 학기를 다니는 모든 날 모든 순간, 누구보다 나를 학대해 왔다.
그런 시기가 있었다.
청소년기의 자아비대에서 벗어나,
내가 생각보다 특별하지 않은 존재임을 받아들이고
무언가를 스스로 노력하여 이뤄내는 연습을 해온 나의 지난 7년.
그동안 나는 부모로부터 정서적 독립과 자존감 향상을 함께 이루어냈다.
물론 완전하진 않지만 이제는 최선을 다해 나를 지키는 방법을 터득했다.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렇게 성장한 나 자신에게 박수를.
또한 마지막까지 이 글을 읽어준 당신,
당신이 지나온 힘든 순간들과 그 시기를 버텨낸 당신께 박수를.
우리는 모두 존재 자체로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에요.
당신의 모든 순간에,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