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쌀쌀한 바람이 겨울의 문턱을 알리는 늦가을, 잦은 기침에 시달리며 병원을 찾는 발걸음이 무겁다. 면역력이 떨어진 탓인지, 싱크대 옆에 늘어선 약봉지들이 나의 건강 상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기운 없는 나를 위해 신랑은 새 영화를 보자고 제안한다. 요즘 신랑은 갱년기가 온 듯,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무뚝뚝한 모습대신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조르는 모습이 어색하면서도 정겹다.
허진호 감독의 신작 <보통의 가족>은 오랜만에 나와 신랑이 함께 극장을 찾은 영화였다. 영화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자식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화 속 아이들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과연 누가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과도한 경쟁 사회, 입시 위주의 교육, 그리고 부모의 과잉 보호가 만들어낸 비극적인 결과는 아닐까?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가? 아이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물론,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성장하는 독립적인 존재이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임을 부정할 수 없다.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을 맺지만,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느꼈다. 아이에게 지식뿐만 아니라 따뜻한 마음과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어야 한다. 아이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늦가을, 영화 속에서 마주한 나의 모습은 부족하고 미숙하지만, 더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