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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시 Nov 03. 2024

가을 주말 나들이

에세이


"여보, 여기 이쁘지 않아? 논산 탑정호 알바노라는곳인데 나 여기 가보고 싶어."


평일 늦은 저녁을 먹고  신랑과 소파에 앉아 각자 핸드폰을 보다가  우연히 감성이 가득한 유럽식 건물을 재현한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지 그곳 관련 사진들과 영상들을 인스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주말 토요일.  따스한 가을 햇살고 푸른 하늘은 완연한 가을의 절정을 뽑내면서  어서 밖으로 나와 나를 좀 봐다랄고 갖은 아양을 떨고 있었다. 꼭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나는 재차 신랑을 채근했다.


"여기서 한시간 반이나 운전해야하네." 신랑의  반응은 영 심드렁했다. 가기 싫다는 말이였다. 실망의 빛을 애써 감추며 그럼 큰 애랑 둘이서만 가겠다고 어름장을 놓고 큰 방을 나왔다.


"소현이도 간데? 우리 딸 공부한다고 고생하는데 그럼 맛있는 것도 사주고, 바람도 쐴겸 가야지' 누가 딸바보 아니랄까바  큰 얘 이름이 나오니 잽싸게 준비하고 따라 나오는 신랑의 모습에 어이없는 반응을 보이며 곁눈질을 보냈다.


차 밖으로 바라보인  풍경은 그야말로 가을이였다. 푸른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파란 하늘과 그 사이 뭉게구름은 솜사탕처럼 포근하게 보였다. 사위가 먼지 한톨 없이 맑고 화창하여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듯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공부 시간을 뺏는 것 같아 아이가 맘이 불편하진 않을지 계속 백미러를 통해 흘끔흘끔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밖을 처다보는 아이의 옆모습에 초초와 불안빛이 아닌 편안함과 안정감이 비춰서 한결 마음이 놓였다.


논산은 처음 가본 곳이였다.  연신 신랑은 논산 훈련소를  강조하지만 나에게는 피부로 와닿지 않았다. 군대 보낼  아들이 없어서 그런가? 한시간 넘게 운전하고 가니 탑정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넓고 고유한 호수위엔 반짝 반짝 금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윤슬이 눈이 부쉬게 아름다왔다. 한참을 멍하니  호수를 바라보며 복잡한 생각들을 뒤로하고 물멍을 제대로 즐겼다.


레스토랑은 초입부터 진입이 쉽지 않았다. 이렇게 사람으로 북적되어 발 디딜틈도 없는 곳을 인스타 주인장들은 대체 어떻게 찍을 수 있었을까 갑자기 신기하고 의문이 앞섰다 사진에는 엄청 큰 유럽식 건물처럼 크게 보였는데,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작았다. 아마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너무 많아서 더 작게 느껴졌던  것 같다.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서 그냥 포기하고 사진 몇장 찍는 걸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확실히 유럽 건물을 제현하고 푸른 정원까지 조성한 것 보먄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이유는 충분해 보였다


신랑이 출렁다리에 가보자 했다  탑정호 위쪽으로 다리가 있었다. 파란 하늘 속 뭉게구름.  연두 초록 노랑빛이 한데 어울러진 알록한 산. 가을햇살로 보석을 뿌려놓은 듯한 호수. 호수 위를 길게 잇는 흰색 아치 모양의 긴 다리가 함께 어울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한폭의 그림을 완성해냈다. 핸드폰으로 요리저리 컷을 찎어봐도 내 눈의 수정체보다는 한참 성능이 좋지 않는지, 그 아름다움을 다 담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쉬었다.


다리를 건너면서 딸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평소 자신 말은 잘 하지 않는 아이가 먼저 대화거리를 말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고 우리의 생각을 묻는 적극적인 모습은 다소 낯설으면서도 아이가 밖으로 나와 자신을 열고 대화를 이끄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언제 이렇게 컷을까 싶어 마음 뿌듯하면서도 그만큼 나는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씁쓸하기도  했다.


점심을 위해  논산의 맛집인 30년 전통을 가진 갈비잡을 찾아갔다. 1시가 훌쩍 지난 시간이라 빈 테이들들이 많았지만, 밑반찬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풍부한 양과  서비스는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을 말해주는 것 같았고,, 갈비의 맛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맛있게 먹는 딸을 보고 흐뭇했다. 그리고 함께 나오길 너무 잘한것 같다고 신랑과 눈으로 교감하며 웃었다.


그 때  밥을 먹는 아이의 손가락 끝이 빨갛게 상처가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다. 초초하고 불안하며 손가락 주변을 뜯는 습관은 중학교떄부터 고쳐지지 않았는데, 요즘들어 더 부쩍 심해져 있었다. 아이도 하루 하루 다가오는 수능에 대한 압박감이 스스로도 견딜 수 없을 만큼 크게 짓누르는 것 같았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냥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괜찮다고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든든한 부모님이 있고, 더 든든한 하나님 아버지의 백이 있으니 맘 편히 가져도 된다고.


큰 애는 주님을 많이 사랑하는 아이이다. 지금도 개척교회로 피아노 봉사를 다니며 하나님이 자신에게 주신 달란트를 십분 봉사하고 있다.


자신의 막막한 미래로 많은 때 힘들어하면서도 결국 주님께 로 나가는 모습은 나를 늘 반성케 하고 부끄럽게 한다.


오랫만에 가진 가족여행이 우리 부부뿐 아니라 딸에게도 많은 힐링이 되어서 행복한 하루였다.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하루하루가 쌓이면 아이도 더 멋진 어른으로 자랄거라 믿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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