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한 줄
동생의 추천으로 읽게 된 장강명 작가의 '재수사'는 범죄 소설이지만 단순한 추리의 틀을 넘어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로 시작되는 소설은 독특한 구성과 흡입력 있는 스토리로 나를 밤새도록 책 속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특히 홀수 장의 범인 시점과 짝수 장의 형사 시점이 번갈아 등장하는 구성은 소설에 긴강감을 더했다. 범인의 사변적인 독백은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의 왜곡된 심리와 비뚤어진 세계관을 엿볼 수 있었다. 사이코패스의 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랐다.
소설은 단순한 살인 사건을 넘어, 인간 내면의 어둠과 외로움, 그리고 소통의 부재가 만들어내는 비극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피해자인 민소림과 가해자인 김상은, 두 인물 모두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였다. 민소림은 화려한 겉모습 뒤에 외로움을 감추고 있었고, 김상은은 열등감과 외모 컴플렉스에 시달렸다.
소설은 '점박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를 통해 두 인물의 상처와 오해를 보여 준다. 민소림에게는 친근한 애칭이었던 단어가 김상은에게는 깊은 상처를 남겼고, 결국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흔히 일어나는 오해와 갈등, 그리고 소통 부재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재수사'는 단순한 범죄 소설을 넘어 인간의 심리를 깊이 파고드는 작품이다. 범죄의 이유를 단순히 사이코패스의 성향으로만 치부하지 않고, 그가 처한 환경과 심리적 상태를 복합적으로 분석하며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저준다.
오랜만에 밤새도록 읽은 소설이었고, 깊은 몰입과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