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시 Oct 16. 2024

구병모 <파과>

지난주부터 몸이 많이 아프고 있다.

편도주위농염이란 진단을 받고 동네 병원에서 소견서를 받아 친정이 있는 광주 큰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다.

편도주위에 고름이 차서 칼로 배농하고 항생제 주사와 진통제를 맞으며 병원에 4박 입원하고 퇴원했지만, 몸은 쉬 원상 복귀가 되지 않는다.

나이가 이제 그럴 나인가... 기력이 쇠잔하니 귀는 팔랑귀가 되어 남들이 몸에 좋다는 것을 두루 섭렵하며 좀더 오래 건강히 살려고 발버둥 치는 내모습이 참 우습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나이먹는  것이 피부로 너무 와닿아서...

아픈 와중에도 흘러가는 시간이 마냥 아까워서 평소 책읽기에 진심인 선생님을 통해 추천받은 구병모의 파과라는 책을 냅다 읽기 시작했다. 이것도 병인데 그냥 쉬면 족할것을... 병원 침대에 앉아 책 읽는 환자의 모습이 마냥 신기한지 오가는 간호사들이 다들 한마디씩 거둔다다. 이 와중에 책을 읽으신다고.. 무슨일 하시냐고...


구병모라는 작가의 작품은 처음 접했다. 당연히 남성이러니 생각했던것과 달리 그는 여성이였고, 가명을 쓰고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문체가 눈에 익는 스타일이 아닌, 길게 이어 쓰는 묘사체라 처음엔 낯설고 익숙하지 않는 필체에 낯설어  그만 덮을까도  싶었다. 끈기를 가지고 읽다보니 어느 순간부턴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착각에 빠지면서 주인공인 60대 여성에게 어울리는 배우를 머리 속에서 찾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영화화 해도 좋을 것 같아 찾아보니 이미 카리스마 넘치는 이혜영 배우로 낙점되어 영화화 된다는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등장 인물은  조각과 그를 치료하는 의사 장박사, 그녀를 몰래 치료하며 죽음에서 구해준 강박사와 그의 부모 와 딸 헤니,  조각을 헤치고자 하는  청보업자 투우,  지금의 청부업자가 되게 이끈 류, 마지막으로 집에서 키우는 노견 무용 정도로 볼 수있을 것 같다.

40년간 청부업자 일을 하면서 아무 감정 없이 사람을 죽이고 헤치는 일을 본업으로 삼고 살아온 조각에게 강박사의 따뜻한 치료와 말 한마디는 지금껏 류에게만 느꼇던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듣게 하고 강박사 가족의 따뜻한 온정에 사람에 대한 신뢰와 온정을 느끼게 되는 조각.

어렸을적 자신을 돌봤던 보모인 조각이 아버지를 청부 살해한 현장을 보고 놀라움과 배신감으로 사이코 패스가 되버린, 후에 조각에 대한 복수심을 품고 자신도 청부업자가 된 투우, 투우는 조각이 강박사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점차차 인간적으로 변하는 모습에 반감과 질투를 보이며 강박사 아이 헤니를 납치하고, 결국 둘은 피터지는 결투를 벌이며 끝내 투우는 조각의 손에 죽게 된다.


조각을 있게 한 류에 대한 마음이 존경과 사랑이였다면 강박사에 대한 마음도 30년 나이차를 뛰어 넘은 사랑이였을까. 아님 낳자마자 입양시킬 수 밖에 없었던 핏덩어리에 대한 못내 미안함과 엄마로서 모성애를 강박사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 글을 읽는 내내 조각의 마음이 아리송했지만 소설은 입소문만큼 재미가 있었다,


소설 속 인상 깊었던 구절을 마지막으로 적고 마무리하련다.

p33 방역 현장에서의 사망이 아닌 자의 반 타의 반의 은퇴와 휴식과 그 뒤 소일이란, 세상 무슨일을 하고 어떤 회사에 다녔던 사람보다도 더 자신의 과거에 대한 공도 높은 부정돠 삭제를필요로 하리라는 게 조각의 생각 이었다.

p96 아이의 뺨과 귀 사이에 난 작고 귀여운 점을 보고 조각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걸린다..... 바다를 동경하는  사람이 바닷가에 살지 않는 사람뿐인 것처럼. 손 닿지 않는 존재에 대한 경이로움과 채워지지 않는 감감을 향한 대상화.

p139 집안에 자신 말고도 살아 있는 누군가가 존재해서 그것에게 인사를 하게 될 줄은, 집에서 무언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제촉하거나 또는 집으로 영영 돌아가지 못할까 봐 초초해질 줄은 자기 인생에서 그런 날이 다시 올 줄은, 무용을 데려오기 전에는 몰랐다.

p153 자신에게 천절하지 않은 세계의 본색을이미 충분히 확인하고 떠나온 길인데도, 아직은 그 이면은 한 점 온기를 품었을지 모른다는 기대.

p179 이제 와서 타인의 눈 속에 둥지를 튼 공허를 발견하고 생겨나는 연민이라니, 살과 뼈에 대한 새삼스러운 이해하니, 노화와 쇠잔의 표시가 아니고서야 이런 일관성 없음이라니.

p211 나름의 아픔이 있지만 정신적 사회적으로 양지바른 곳의 사람들.... 오래도록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것을 소유할 수 있다면, 언감생심이며 단 한순간이라도 그 장면에 속한 인간이 된 듯한 감감을 누릴  수 있다면.

p279 미안합니다. 그건 나 때문입니다. 내 눈이 당신을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며, 이 눈으로 심장을 흘리고 다녔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소년이 온다. <한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