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유난히 잠을 설쳤던 이유가 바로 오늘 때문이었을까. 아침부터 온몸에 긴장감이 몰려왔다.
중학교로 발령받고 맞이한 3월은, 그야말로 숨 돌릴 틈 없는 시간들이었다. 낯선 환경, 새로운 사람들, 처음 맡아보는 업무들 속에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중에서도 '국제교류'라는 생소한 업무는 나를 더 깊은 고민으로 몰아넣었다. 1월부터 지금까지 머리를 싸매며 준비해온 시간들. 초등학생과 별반 다르지 않은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을 달래고 얼러가며 함께 수업을 준비했던 시간들이 오늘로 평가받는다는 생각에 더욱 긴장됐다.
오늘은 평소보다 옷차림에도 더 신경을 썼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는 날엔 어쩐지 나의 옷차림도 그런 마음가짐을 닮아가는 것 같다.
그런데 실시간 수업을 한 시간 앞두고, 대만 선생님에게서 급한 연락이 왔다.
"김 선생님, 어쩌죠. 줌(Zoom)은 저희 학생들이 사용할 수 없게 대만 정부에서 막아두었어요. 중국 본토 서비스라 학생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우리는 두 차례나 리허설을 했지만, 상대 학교는 단 한 번의 연습도 없었다는 사실이 원망스럽고, 적이나 서운했다.
게다가 우리 학교에서는 원활한 수업을 위해 이동식 카메라와 마이크까지 새로 장만하며 열의를 다했건만, 하필 실시간 수업 중 장비 연결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그야말로 ‘생방송의 민낯’을 제대로 맛보는 순간이었다. 우왕좌왕, 아슬아슬하게 수업을 끌고 나가느라 5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식은땀이 줄줄 흘렀고, 한 달간 쏟아온 노력이 물거품이 된 듯한 허탈감이 몰려왔다.
2차시를 기약하며 교무실로 돌아오니, 선생님들께서 “고생 많았어요”, “대단하세요 선생님”이라며 격려의 말을 건네주셨다. 아무래도 실시간 수업의 우여곡절을 이미 다 알고 계신듯 보였다.
집에 돌아와 긴장이 풀리니, 밀려드는 피로에 온몸이 천근만근. 아무것도 하기 싫고 괜히 짜증만 났지만, 오늘 함께 고생한 아이들에게는 “수고했고, 사랑한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제 다음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 오늘의 경험을 발판 삼아, 2차시에는 조금 더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야겠다. 물론, 생방송이란 늘 변수투성이기 마련이다. 그러니 다음에는 좀 더 마음을 비우고, 너그러운 자세로 맞이해야겠다. 어떤 변수에도 넉넉히 대응할 수 있는 노련함이 나에겐 절실하다.
그렇게 나는 또 한 걸음 더 성장해갈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