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음에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한 편의 장편 소설 같기도 하고 영화 같기도 한 12부작 드라마를 보았다. 제목은 “미지의 서울.”
이 글은 그 속의 주인공, 유미지와 유미래 두 자매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
나는 원래 드라마의 중독성을 알기에 자주 보지 않는다. 늘 비슷한 신파적 전개는 내 흥미를 끌지 못했다. 나름 ‘책 읽는 여자’라는 자부심을 품고, 모든 드라마를 섭렵하는 이웃 아즈매들과는 나는 다르다고 스스로 우월감을 느겼는지도 모른다.
박보영이 1인 2역을 맡고, 배경이 이웃 학교인 백산고등학교라는 소식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다지 호기심이 생기지 않았다. 동료 교사로부터 “참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보기 드문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극찬을 듣기까지는 말이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배우 박보영과 이강 작가의 문필에 빠져들었다. 덤으로, 박보영의 맑고 큰 눈망울은 보는 내내 내 시선과 마음도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드라마 속에서 유미지와 유미래,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이웃들에게 ‘유캔디’라 불리며 늘 웃음과 기쁨을 주는 유미지. 사실 쌍둥이 언니 유미래에게 엄마를 빼앗겼다는 열등감을 품고 있다. 육상선수로서 엄마의 인정을 받고 싶었지만, 부상으로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되었고,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채 3년간 방 안에 갇혀 지낸다. 할머니의 설득과 사랑으로 세상 밖으로 다시 나왔을 때, 그녀를 지탱한 것은 할머니의 한마디였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한편, 어릴 적부터 몸이 약했던 유미래는 건강하지 못했던 대신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공부에 몰두한다. 성실함과 묵묵함 그 자체로 말이다. 그러나 직장에서 뜻밖의 집단 따돌림을 겪으며 스스로 무너지고, 죽을 만큼 괴로웠던 그 순간, 동생 미지와 서로의 삶을 바꾸게 된다. 그 선택은 두 사람을 전혀 다른 삶의 길로 이끌게 된다.
일란성 쌍둥이로서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믿었던 두 사람은, 서로의 삶을 살아보며 비로소 진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상대의 시선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서로의 아픔을 깊이 공감하며 더 단단한 자매가 된다.
‘미지의 서울’을 유미지와 유미래의 시선으로 따라가다 보면, 타인의 삶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도 귀한 일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랑과 성장이 이루어지는지를 절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