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면에 취하지 않아서

-요한 노르베리의 『자본주의자 선언』을 읽고

by 돈끼호떡

편의점 신상 음료는 꼭 한두 개씩 남았다. 1+1이면 하나가 남고, 2+1이면 두 개가 남고. 셋이서 보도를 걸으면 뒤로 빠지던 누구처럼 남겨진 음료가 낯설지 않다. 주류인가, 탄산인가, 아니면 생뚱맞은 무언가? 라벨 색상과 로고 디자인, 글씨 크기를 확인한 뒤, 얼추 비슷한 음료 사이로 진열한다. 진열대를 쭉 훑다가 일관된 듯 이질적인 느낌에 시선이 멈춘다면, 그러나 실제로 팔린다고 단언할 순 없고.


“그들은 자신의 돈을 지불하면서 실제로 사고 싶은 것에 반응할 뿐이다.” (p.99)


로고는 클수록 좋다. 사람들은 문구가 최소 3㎝가 되어야 기꺼이 읽었다. 같은 브랜드지만 행사가 적용되는 상품과 적용되지 않는 상품은 의도치 않게 혼란을 일으킨다. 가격표에는 행사 상품이라고 적혀 있던데요? 피스타치오와 딸기는 다른 맛. 이건 행사 상품에 포함되나요? 잠시만요. 잠시만요. 두 개를 구매하면 하나를 증정해야 한다니 숫자에 취할 수밖에.


한 남자가 진열대에서 소주(페트병)를 꺼낸다. 소주가 소주를 밀치며 바닥에 떨어진다. 병목이 뻣뻣해지고 빨간 뚜껑이 무르익는 순간, 다섯 병이다. 구부정한 허리를 펴는 남자의 얼굴도 빨간데? 그러면 여섯이라고 하자. 36.5도의 소주는 냉동 만두를 원한다. 1+1 행사가 적용되는 비비고 만두다. 냉동식품은 차곡차곡 쌓여서 하나를 찾으려면 열을 꺼내야 한다.


이 맛인가요? 아니야. 이 맛인가요? 아니야. 이 맛인가요? 바로 그거야!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목은 생각보다 유연했으므로 그는 다시 사람이 된다. 축하합니다, 나는 속으로 속삭이고. 계산대에는 아직 다섯 병이 있다. 이 술을 다 마시면 그는 또 여섯 번째 소주로 변하지 않을까.


“이윤은 사람들이 원재료 이상의 가치를 느끼는 전체를 만들어 낸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상이다.”(p.116)


냉동 만두를 하나 구매하면 냉동 만두가 따라오고, 소주는 이벤트가 없어도 숫자 5로 강렬하다. 남자가 흥미롭다는 듯이 묻는다. 어디 살아? 저는 이 동네에 살지 않아요. 멀리서 왔구나. 남자가 웃는다. 이마에는 본 적 없는 바코드가, 스캐너로 찍으면 어떨까. 계산대를 사이에 두고 손님 한 명, 계산원 한 명, 우리는 거래를 마친다. 돈을 받고 비닐에 상품을 담는 것. 나는 뚜껑이 빨간 소주를 마셔본 적이 없는데, 그는 고맙다고 말하며 나간다. 1+1=2인가?


“시장이 보상하는 유일한 기준은 단 하나, ‘다른 사람들에게 가능한 한 낮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p.390)


참고서적: 요한 노르베리, 『자본주의자 선언』, 유노북스, p.99, 116,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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