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변이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는가
제5장 변이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는가
변이는 한마디로 ‘DNA에 생긴 변화’다.
모든 진화의 시작은 변이다.
자연선택은 이 변이들 중 환경에 더 잘 맞는 개체를 선택하고, 그 선택이 누적되어 새로운 종이 생긴다.
변이는 한마디로 ‘DNA에 생긴 변화’다. DNA가 없으면 변이도 없고, 진화도 없다. 변이(mutation)는 ‘DNA 염기서열에 영구적인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동식물의 모든 세포에 DNA가 있을까?
거의 모든 동식물의 세포에는 DNA가 있다. 모든 생명체는 기본설계도에 따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생명활동에 필요한 물질을 생성하고 대사 작용을 해야한다. 그 기본 설계도가 수록된 것이 DNA이므로 세포가 자신의 기능을 수행하고 분열하려면 생명활동을 지시할 DNA가 꼭 필요하다. 따라서 동물이나 식물의 대부분 세포는 핵 속에 DNA를 가지고 있다.
예외는 있다. DNA가 없는 세포가 있다. 특별한 이유로 세포핵을 버리거나 일시적으로 DNA를 잃는 경우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의 적혈구는 DNA가 없다. 적혈구는 성숙 과정에서 핵과 DNA를 버려 더 많은 산소를 내장할 공간을 확보한다.
식물의 일부 성숙한 체관세포는 식물의 영양분 수송을 위해 세포핵을 없애고, 인접한 부동세포가 대사활동을 대신한다.
곰팡이·조류 등 일부 미생물의 특수 세포나 포자 단계에서 생식세포 형성 중에 일시적으로 DNA를 잃는 경우가 있다.
DNA는 세포핵에만 있을까?
DNA는 원래 세포핵에 있지만, 세포핵 외에도 DNA가 있는 곳이 있다.
세포핵이 아닌 세포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도 DNA가 있다. 그것이 미토콘드리아 DNA(mtDNA)다. 식물세포의 엽록체에도 DNA가 있다. cpDNA라는 것인데 광합성 관련 유전자다.
세포핵 외에도 DNA가 존재한다는 것은 ‘공생설’을 뒷받침한다. 이들은 원래 독립된 세균이었는데, 진화 과정에서 다른 생명체의 세포 안에 들어가 공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 DNA
미토콘드리아 DNA는 흥미로운 존재다.
원래 미토콘드리아는 자유생활하던 세균이었다. 약 20억 년 전, 원시 진핵세포가 이 세균을 삼켜서 공생관계가 되었다. 그 결과 이 세균의 일부 유전자는 세포핵으로 옮겨갔지만, 일부는 아직 미토콘드리아 안에 남아 있다. 이 이론을 세포내 공생설(endosymbiotic theory)이라고 한다.
핵 DNA는 긴 선형(나선형)인데 비해 미토콘드리아 안에 있는 DNA는 작고 원형(고리 모양)이다. 핵에 비하면 매우 적은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다. 사람의 경우 약 16,569 염기쌍 정도로 핵 DNA의 약 0.0005%에 불과하다. 유전자 수는 37개 (단백질 13개, rRNA 2개, tRNA 22개) 정도다.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일부 핵심 단백질을 직접 암호화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 에너지를 만드는 발전소다. 세포가 생명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는 미토콘드리아가 만든 에너지 통화(ATP)를 통해 얻는다. 이것을 세포호흡이라고 부르는데 산소와 영양분(포도당)을 이용해 ATP를 합성하는 것이다. (포도당 + O₂ → CO₂ + H₂O + ATP) 미토콘드리아 DNA는 이 과정에 필요한 효소(전자전달계 단백질 등)를 암호화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미토콘드리아 DNA는 ‘모계유전’이라는 것이다. 정자의 미토콘드리아는 수정 시 대부분 정자 꼬리 부분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수정 때 난자의 세포질에 들어오지 못하거나 들어와도 곧 분해된다. 반면 난자는 넓은 세포질에 수많은 미토콘드리아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자식의 미토콘드리아는 전부 어머니에게서만 유래한다.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DNA는 세대를 거쳐도 거의 변하지 않고 어머니 계통으로만 전해진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유전학, 인류학, 법의학에서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인류학 연구에서, 현존 인종들의 모든 mtDNA를 비교한 결과 공통 조상이 약 15만~20만 년 전 아프리카 여성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여성을 가리켜 “미토콘드리아 이브”라고 부른다.
법의학에서는 유전자 감정에 사용된다. 머리카락이나 오래된 뼈에서 핵 DNA가 파괴돼도 mtDNA는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신원 확인, 친자감정, 유골 감정에 사용된다.
mtDNA 돌연변이는 근육 질환, 신경 질환, 시각·청각 장애 등 여러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서 의학적으로 연구대상이다.
DNA를 후손에게 물려준다는 것
한 생명체는 그 후손에게 어떻게 그 DNA를 전달해서 자신과 닮은 자손을 만들까? 그리고, 그 자손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단 1개의 DNA로 어떻게 손, 발, 눈, 심장 등 몸 전체를 만들어 낼까? 자손은 물려받은 소중한 1개의 DNA 정보를 몸의 모든 곳의 모든 세포에 똑같이 소장하고 있을까? 몸의 모든 세포가 같은 DNA를 가지고 있다면, 손의 근육에 있는 세포와 척추에 있는 세포가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원리는 무엇일까?
사람의 수정란에는 부모의 DNA가 합쳐진 하나의 세트가 들어 있고, 그 DNA가 세포분열 때마다 복제되어 모든 세포로 전달된다.
수정이 일어나면, 정자가 가진 아버지의 23개 염색체(1/2 세트)와 난자가 가진 어머니의 23개 염색체(1/2 세트)가 합쳐져서 46개 염색체 1세트를 가진 하나의 수정란이 만들어진다. 즉, 수정란 안에는 부모 양쪽의 유전정보가 결합된 완전한 DNA 1 세트가 들어있다. 이 수정란 속 DNA 1세트(46개 염색체)가 자식의 온전한 생명체 설계도 원본이 된다.
이 설계도 원본을 가진 수정란은 끊임없이 세포분열(유사분열, mitosis)을 하면서 원본과 똑 같은 사본을 계속 만들어 동일한 DNA를 가진 세포를 만들어낸다. 원본과 똑같은 사본을 만드는 것을 DNA 복제라고 하는데, 기존 DNA의 이중나선이 풀리며, 각 가닥을 주형(틀)으로 삼아 A–T, G–C 짝맞춤 원리에 따라 새 가닥을 합성하므로 그 결과 똑같은 이중나선 DNA 두 개가 생긴다.
복제된 염색체들이 나누어져 분열된 두 세포가 하나씩 나누어 가진다. 그런 과정이 계속 반복된다. 그래서 거듭거듭 분화된 세포라도 수정란에 있었던 원본과 완전히 동일한 DNA를 가지게 된다.
분화된 세포가 모두 같은 DNA를 가지는데도 어떤 세포는 팔을 형성하여 팔의 기능 수행에 전념하고 다른 세포는 허파를 형성하여 폐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모든 세포가 똑같은 DNA를 가지고 있지만, 각 세포의 모양이나 역할(피부, 근육, 신경 등)이 달라지는 것은 어떤 원리일까?
그것은 세포마다 활성화되는 유전자가 다르고, 전사 조절이나 후성유전학적(에피제네틱) 변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정보는 같지만 읽는 부분이 다르다”는 것이다. 마치 같은 책을 가지고 있지만, 각 세포가 필요한 챕터만 읽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같은 DNA를 서로 다르게 활용하여 다양한 세포 형성하는 것을 세포 분화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한 개체의 모든 세포는 동일한 DNA를 가지지만, 몇 가지 예외가 있다. DNA 복제 중 오류로 염기가 바뀌는 경우가 있는데, 암세포가 그 대표적인 예다. 또, 면역세포는 항체 유전자 재조합으로 일부 DNA가 다르게 구성된다. 그리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적혈구는 핵 자체가 없어 DNA가 없다.
DNA의 완벽한 복제에 실패하면?
수정란에 수록된 최초의 설계도 원본은 그 생명체의 세포분열에서 모든 세포에 똑같이 복제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우연하게도 완벽히 복제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불완전한 복제를 2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로, 체세포가 만들어지는 분열과정에서 불완전한 복제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고 (체세포 변이), 둘째로, 생식세포가 만들어지는 분열과정에서 불완전한 복제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생식세포 변이)
체세포 변이는 수정란이 분열하여 신체의 여러 세포를 형성, 유지하는 세포분열과정에서 일어나는 변이다. 이 변이는 해당 개체에만 영향을 미치고 후세에는 전달되지 않는다. 피부세포에서 변이가 생기면 그 부위만 달라지고, 정자·난자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이런 변이는 유전되지 않지만, 암·노화·세포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외선에 의해 피부세포의 DNA가 변형되어 피부암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암세포를 보유한 부모가 출산을 하더라도 자녀에게 암세포의 DNA가 전달되지는 않는다.
생식세포 변이는 정자나 난자가 만들어질 때 일어나는 변이로서 자손에게 전달된다. 이것이 진화의 재료가 되는 변이다.
정자나 난자를 만들 때(DNA 복제·재조합 중) 돌연변이가 생기고, 그 DNA가 수정에 사용되었다면 그 변이된 정보가 자식의 설계도 원본이 된다. 때문에 그 자식은 그 변이된 유전정보는 후세에 정확히 전달되고 이런 변이는 세대를 거쳐 누적될 수 있고, 환경에 유리하면 자연선택으로 진화의 재료가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새의 깃털 색깔을 결정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포식자의 눈에 발견되기 어려운 색을 가진 새가 생기면, 그 형질이 후손에게 전달되고 다른 새에 비해 잡혀먹는 숫자가 적기 때문에 생존률이 점점 높아져서 지배종이 될 수 있게 된다.
생식세포 변이는 정자나 난자가 만들어질 때 이미 변이(그 개체의 DNA와 차이가 있는 DNA를 가진 정자나 난자)가 발생한 상태에서 수정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아주 드물게는 수정 순간에도 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변이도 수정란에 반영되는 변이이므로 후손에게 전달되어 진화의 재료가 될 수 있다.
변이가 발생하는 원인과 유형
변이는 한마디로 DNA에 생긴 변화라고 하였다.
DNA(디옥시리보핵산)는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구조체다. DNA는 A(아데닌), T(티민), G(구아닌), C(시토신)의 4가지 염기로 이루어진 염기서열의 형태로 정보를 담고 있다. 이 염기서열이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ATG라는 유전정보는 메싸이오닌이라는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정보다.
변이는 어떤 원인으로 생길까?
변이의 주요 원인으로는, 자연적 복제 오류(DNA 복제 중 실수가 생기는 경우), 외부 요인(방사선, 화학물질, 자외선 등이 DNA를 손상시키는 경우), 바이러스 감염(바이러스가 숙주 DNA에 자신을 삽입하는 경우)을 들 수 있다.
변이를 5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점 변이(point mutation) 한 개 염기가 바뀜 A → G
삽입(insertion) 염기가 새로 들어감 ACG → ATCG
결실(deletion) 염기가 빠짐 ACG → AG
복제(duplication) 특정 염기 구간이 반복 ACG → ACGACG
전좌(translocation) 다른 염색체 구간으로 옮겨짐 염색체 간 교환
효과에 따라 변이의 유형을 3가지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로운 변이, 해로운 변이, 중립적 변이(이롭지도 해롭지도 않은 변이)가 그것이다.
변이는 대부분은 중립적이다. 즉, 생명체 기능에 영향이 없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매우 드물게 유익한 변이가 생기면,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로 이어지게 된다.
제6장 얼음물고기와 개미 모양 딱정벌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