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려야 보이는 것들

by 진주

빗길을 걷다 보면 두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1.

비는 고난이다. 물이 고인 자리에 비로소 삶의 높낮이가 드러난다. 맑을 땐 땅의 높낮이를 구별할 수 없다. 하지만 비가 오면 물이 고여 그 차이를 알 수 있게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둠은 내게 진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가려낼 기회가 된다.


2.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다. 어떤 비는 계절의 전환처럼 찾아오듯, 어떤 고난은 우리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 그 슬픔은 때로 견딜 수 없이 무겁지만, 동시에 기쁨을 예고하는 전주곡이 되기도 한다.


인생은 사계절을 돌고 돈다. 지금 우기를 지나고 있다면 지혜의 샘을 채워볼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비가 그치면 인내의 대나무가 높이 자라 있을 것이다. 인생의 장마를 지나온 나는 더 이상 이전의 내가 아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