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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 운영을 그만둔 이유

순수한 글쓰기의 즐거움

by 진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을 쓸 때 가장 나 다운 것 같다. 누군가를 부러워할 땐 시선이 상대방이라는 먼 곳을 향해있지만, 글을 쓸 때는 나를 꼭 직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쓰기는 어렵지만 즐겁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한 적이 있다. 작은 수익이라도 얻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처음에 올린 글은 자격증 취득 후기였다. 나름의 생각으로는 수요가 많은 데 비해 후기가 적어서 조회수가 많지 않을까 했으나, 반응은 잠잠하기만 했다. 조회수가 많이 나와야 쪼그만 돈이라도 벌 수 있을 텐데!



사람들은 어떤 글을 읽고 싶어 할까?

마침 chatGPT를 이용해서 1분 안에 글 쓰고 월 수익 xxx만원이라는 유튜브 영상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아주 여유롭게 이동 중에 대충 chatGPT에 주제를 던져주고 인공지능이 작성한 글을 복붙 하여 조금만 수정한 뒤, 티스토리에 올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 약간 저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조회수가 많이 나온다고 하고 키워드 조회 수 대비 유입량이 어쩌고 하는 소리들이 제법 전문성 있게 느껴져서 나도 요리조리 chagGPT를 굴리면서 원하는 글이 나오게끔 노력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손 안 대고 코 푸려는 글은 점점 갈수록 내 정신을 갉아먹는 것 같았다.


희한하게도 글에 내 진정성이 들어가 있지도 않다 보니, 인공지능을 굴려 만든 글이 '생성'될수록 나는 이 티스토리 블로그의 주인이 아니라 노예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말 웃기게도 말이다. 그리고 티스토리 블로그를 하면서 느낀 점은 '품앗이' 문화가 있다는 점인데, 서로서로 이웃을 하면서 의미 없는 댓글을 달아주고 (ex.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서로 조회수를 늘려주는 행위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처음에 내가 작성한 글에 누군가 '유익한 내용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라고 하여 정말 감동을 먹고 신났었는데, 알고 보니 자기 블로그에도 와서 조회수 좀 올려달라는 상부상조 문화의 한 모습이었다는 걸 알고 나서 힘이 빠진 적이 있다. 물론 누군가는 나의 다양한 글을 보고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다. 인공지능을 사용해서 글 쓰는 건 취향에 맞지 않아 관둔 이후, 직장생활 관련한 글을 올렸는데 누군가 내 티스토리 블로그를 구독했다.


아니, 이 사람은 뭐지? 뭔데 내 티스토리를 구독해...?(나를 왜 선택하셨죠.....?)(감격)


조금씩 늘어나는 구독자님


구독자가 조금씩 늘어갔다.

내 이야기를 궁금해해 주는 사람들도 있구나 싶은 생각에 어딘가 있을 그분들께 감사해졌다. 그런데 티스토리 블로그는 수익성이 목표인 플랫폼이었다. 거기다 글을 쓰니 점차 조회수를 비롯한 모든 게 줄어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남들이 궁금해할 만한' 소위 정보성 글을 찍어내듯 남발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돈을 벌 수 있다면 글을 더 열심히 쓰지 않을까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다. 나는 그냥 순전히 나의 재미로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글을 쓰는 것의 원동력은 내 마음속에서 나오는 것이지, 돈이나 출세 같은 외부적 요인이 아니었다.


머릿속에 흘러가는 수많은 생각들이 내 하루를 이룬다. 그중에 어떤 생각들은 메아리치듯 크게 들린다. 가끔 기분이 나쁘거나 우울할 땐, 글을 쓰기 딱 좋은 상태가 된다. 마치 빵을 만들거나 떡을 찔 때 압력이 필요한 것처럼, 글 또한 너무 평온하고 행복한 상태에서는 잘 나오지 않았다. 주로 나는 행복의 순간들을 마음속에 저장해 놓고 그것을 불행의 순간들과 엮어서 버무리는 스타일이었다.


내 불행의 순간은 직장생활에서 70%, 기타 30%인데 사람들과 엮이는 모든 활동이 기본적으로 어둠의 씨앗이 되는 편이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이 모든 불행을 글의 소재로 쓰면 된다. 가장 우울하고 괴롭고 비참했던 시절의 일기장을 보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ㅋㅋㅋ) 물론 그 당시엔 숨을 쉬고 살고자 허우적거리는 몸부림이었겠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그때만 표현할 수 있었던 문장과 감정들이 너무나 재밌고 흥미로운 것이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불행이라는 찰리채플린의 말은 정말로 참이라는 것을 살면서 여러 번 느끼고 있다. 나는 혼자였지만 내 마음속 자아와 자주, 아니 거의 항상 얘기를 나눴다. 마음속 자아는 햇살이 비치는 곳이면 그림자로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나는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는 모든 것들, 내가 나의 코치이자 플레이어로서 뛰었던 모든 날들, 그 순간들을 글로 기록하는 것을 즐겼다.


글쓰기는 일방적이고 글들은 아무런 말이 없지만, 어쩐지 글을 적고 나면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우울한 상황에 있을 때에는 글을 쓰면서 감정을 가라앉히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글쓰기는 내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진통제인 셈이었다.


방학 숙제로 시작했던 일기가 10년을 넘게 이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서도 많은 성장이 있었다. 한때는 책을 미친 듯이 읽어서 1년에 100권 넘게 읽기도 했었다.


그러다 브런치스토리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적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개인적이면서도 공감되는 글이 많았고,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나 또한 브런치스토리라는 거대한 숲 속에 속한 일원이라는 게 아직 믿기지가 않고 너무나 감사하다. 한 번에 합격을 주신 브런치스토리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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