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콘서트를 다녀왔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발레 공연을 즐겨 보고 클래식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가끔 회사 생활이 지칠 때 숨 쉴 구멍을 찾듯, 인터파크에 들어가 공연/행사 메뉴를 뒤적거리기도 하죠. 예매해 둔 공연을 볼 때까지는 예상치 못한 불행이 생겨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저는 공연을 보러 갈 것이고 그날은 무조건 행복할 것이기 때문이죠.
제 삶을 악보로 표현한다면 평일엔 쉼 없이 몰아치는 크레셴도입니다. 그러다 나만의 공간에서 부캐로 살아갈 때 드디어 쉼표를 찍는 느낌이랍니다. 주말이 끝나면 다시 도돌이표겠지만요. 뮤지컬 혹은 공연을 보고 나면 '멋있다'라는 생각에 푹 빠지곤 했습니다. 그러다 처음으로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가게 되었죠.
사실 '직접 가나, 방구석에서 듣나, 같은 거 아닌가' 싶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머리로만 시뮬레이션을 돌려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공연장에 간 것은 천지차이더군요. 뭐든 백문이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었습니다. 그리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내내 생각했어요.
아! 음악 하는 사람이 멋있다.
왜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자신의 타이밍에 맞게 하모니를 이어가는 모습이 매우 멋있었어요. 휘황찬란한 악보, 음악을 사랑하는 표정 그리고 각자의 파트에서 삑사리를 내지 않는 프로페셔널한 모습. 그리고 오늘 바이올리니스트가 아주 유명한 사람이었는데요. 연주가 끝나고 밖에서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평소 잘 나서지 않는 편이지만 수줍은 마음으로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외국인인 그는 싱긋 웃으며 "how are you?"라고 가볍게 물었는데 저는 순간적으로 "fine thank you"를 할 뻔했죠. 한국인 아니랄까 봐... 입을 앙 다물고 간신히 파인을 빼고 "땡큐ㅎㅎ"라는 되지도 않는 소리를 지껄였습니다. (너 요즘 잘 지내?라는 질문에 아,고마워... 라고 한 셈)
아무튼 브이를 하고 사진을 찍는데 아, 그는 너무 천사였어요. 왜 천사였냐구요? 일단 잘생겼으니까 천사고 제 곁에 얌전히 서 있어서 천사예요. 저는 이제 이렇게 멋있는 남자 아니면 결혼을 안 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현명하신 우리 어머니께서는 눈을 너무 높게 가지지 말라고 조언하셨습니다. 하하하
바이올리니스트와 마지막으로 악수하고 돌아서는데 참 아쉽더라고요. '아 놔, 영어회화 연습 평소에 좀 할걸' 일단 그분이 한국인이었어도 선뜻 말을 걸진 못했겠지만, 외국인이다 보니 더욱 언어의 장벽에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연주는 최고였다, 당신은 너무 잘생겼다. 왜 말을 못 해?? 그래요. 저는 후회했습니다. 아, 브이 말고 하트 하자고 할걸.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또 언젠가 다시 볼 수 있길 바랍니다. 건강하시길!
그와의 만남을 뒤로한 채, 집에 돌아갔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오케스트라 분들은 너무 멋졌고 바이올리니스트는 더 멋있었습니다. 솔로로 무대에 서서 모두를 숨죽이게 할 만큼 예리하고 섬세한 바이올린 소리를 내는 그 모습이 정말 대단해 보였어요. 바이올린 활로 음표를 얇게 썰어내는 줄 알았다니까요.
자신이 주인공인 무대, 얼마나 벅찰까요? 공연을 보면서 내심 '나도 세상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잖아요. 명예로운 일로 이름을 남길 수 있다면... 그런 삶, 멋지지 않을까?
내가 가진 것 안에서 능력치를 최대로 이끌어 내는 것이 삶의 과제라는데, 저는 잘하고 있는 걸까요? 공연을 보러 간다는 건 비단 음악을 듣고, 무대를 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결국 스스로에 대한 물음표를 만나는 일 같아요.
새로운 경험은 모두 마찬가지죠. 저에게 물음표가 되어서 다가와요. 그런 물음표들을 하나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이 또 다른 성장을 이끄나 봐요. 모두 더운 여름인데 시원하게 공연 보러 다니시는 것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