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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하듯 말고 축제하듯 살자 우리!

노동의 풍경은 바뀌어야 한다

by 진주
퇴근시간 미어캣들

퇴근 타이밍 눈치 보다가 사무실에서 버린 시간이 지금까지 일한 시간 중에 7%는 될 것 같다. 너무 아깝지만 납득한다. 이건 모두 정치니까. 동물들도 각자의 왕국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원숭이들도 서열 높은 원숭이 앞에서 몸을 낮추고 털을 골라주며 아부를 하는데 인간이라고 그런 행위가 없을까.


하지만 내가 신입 직원이었을 땐 퇴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자리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 일 많아서 집에 일찍 못 가요~' 를 연기하는 단체 기만인 셈인데, 그 분위기에 동승하지 않으면 나는 이단자가 된다.


분위기는 영어로 atmosphere인데 공기라는 뜻도 된다. 분위기는 그 공간에 흐르는 묘한 기류, 우리가 숨 쉬는데 필수적인 공기인데 그 공기를 잘 타지 못하고 거스르게 되면 분위기 못 읽는 사람이 되어, 내가 가진 명예나 평판 심하면 일자리 그 자체가 죽게 된다. 그러니 정신 차리고 숨을 쉬면서 분위기를 읽을 수밖에!


그냥 집에 가버려?

만약 누군가 이 암묵지를 어기고 퇴근 시간 즉시 "전 이만"을 외치며 팀장보다 빠르게 일어난다고 가정해보자. 곧바로 어두운 뒷골목에서 반짝이는 하이에나들의 눈빛처럼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집중될 것이다. "일이 별로 없나?"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고 해당 사람이 일을 잘해서 일찍 가는지, 실제로 일이 적은 것인지, 집에 가서 일을 하는지는 상관없이 당사자의 부정적인 미래로 향하는 기차에 석탄이 가득 실어지게 된다.


그냥 다 같이 일찍 가면 안 돼?



라고 생각해 본 사람들이 많겠지만 집단적으로 그럴 수 없다. 이해는 안 되지만 북한 주민들이 지도자를 끌어내리지 못하는 이유와 비슷하지 않을까. 단체로 행동하면 수적으로 우세하고, 단결 끝에 평화를 얻을 텐데 아무도 나서지 하려 않는다. 직장생활의 불문율과도 같은 그 규칙을 입에 담으려 하지도 않는다. 그냥 모르쇠로 일관한다.


그림자처럼 있다가 오늘의 평판을 지키고, 내일을 안전하게 도모하는 것이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인 직장인의 북극성이기 때문이다. 또한, 반란을 일으키고 싶어도 윗사람들은 꿈쩍하지 않을 것이다. 왜? 그들의 이기심 때문이다. '나는 예전에 다 이겨냈는데, 너희는 왜 안 해?' 등등 여러 가지 생각들이 부딪히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퇴근을 정시에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혁신은 일시에 갑자기 이루어질 수 있다. 가령 법으로 정한다던지 PC오프제를 도입한다던지, 떠들썩한 AI에 의해 직업이 전면 교체가 될 상황이 되던지. 그때가 되면 뭔가 바뀌겠지.


정시퇴근하는건 욕심인가? 아니, 그보다 일을 이렇게 많이 해야돼?

근데 나는 진짜 이 바보 같은 노동 시간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업무시간에 그만큼 열심히 일하고 내 몫을 내가 다했는데 연장 근무까지 해야 돼? 집에 가서 일찍 쉬고 취미 생활하며 놀다가 푹 자야, 내일 일할 에너지를 얻는데 야근까지 굳이? 그리고 연장근무를 포함해서 정규 노동시간도 너무 긴 것 같다. 8시간이 뭔가. 나는 한 4시간만 바짝 하는 것도 충분한 것 같다.


최근 뉴스를 보면 AI가 향후 5년 내에 많은 직업을 대체하고 사회 풍경을 바꾼다고 한다. 아인슈타인급 AI가 가장 멍청한 AI인 세상에서 인간인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단 <잘 노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일하고 그 인공지능과 같이 일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그런 사람들의 수는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나를 잘 알기

나와 친해지기

취미 부자가 되기

잘 놀기

행복할 궁리하기


앞으로는 이런 것들로 인생을 채워가야 할 수도 있다.

웃긴 짤이 아니라 진짜 미래가 될 수도 있음


그래서 오늘도 의미 없는 연장 근무를 해버렸지만 세상에서 가장 빠른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 나를 나로 존재하게 해주는 즐거운 일들을 가득하다가 잠들 예정이다!


AI 가 나날이 고속으로 발전하는 이 시대의 연장선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진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 해도 또 다른 길은 있겠지. AI야, 나 대신 출근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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