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탈출> - 양승용 감독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 나는 도대체 어째서 왜 이곳에 갇힌 걸까? 나를 가둔 사람은 누구일까? 내가 뭘 잘못했을까? 창고 같은 곳에 갇힌 주인공의 이야기 보러 가요.
날씨가 따뜻해지고 이내 더워지면 사람들은 무섭고 오싹한 공포 작품을 찾는다. 무섭고 오싹한 작품 속에서 받는 소름 끼침, 차가움이 몸에 더위를 식혀주니까. 그래서 날씨가 점점 뜨거워지면 극장에는 다양한 공포 작품이 걸린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더워도 아무리 볼 작품이 없어도 공포 영화 근처에는 가지도 않는다. 겁이 많아서. 분명 작품이 상영하는 내내 눈을 감고 귀를 틀어막고 있을 것이 뻔해서, 무엇보다 그런 작품을 보면 밤에 잠을 못 자서 그렇다. 그런 내가 누가 봐도 공포, 스릴러 장르라고 적혀있는 탈출을 보기로 결심한 건, 이 작품이 그만큼 매력 있음을 우연하게 알았기 때문이었다. 잘못 누른 시작 버튼, 그 버튼 이후 흘러나오는 아주 오싹하지만 긴장감 있는 소리. 나는 그 순간, 입술을 꽉 깨물며 작품을 올곧게 응시했다.
작품은 한 남자가 창고 같은 곳에 갇힌 순간으로 시작된다. 깨어나 보니 갇힌 주인공, 나를 가둔 사람을 업체 직원인 외국인 근로자로 생각한다. 그 후 주인공은 그를 협박하고 그에게 사정한다. 하지만 그는 꼼짝하지 않고, 주인공은 이내 자신이 여기 왜 갇혔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유는 도통 모르겠고 감도 잡히지 않는다. 그러다 주인공의 자신의 절친 병태에 관해서 생각하는데! 이 부분은 작품에서 확인하면 좋겠다. 왜 절친 병태를 떠올렸는지. 이내 주인공은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막힌 방법을 떠올리고 그것을 실행한다. 주인공은 무사히 탈출했을까?
내가 만약 주인공이라면 잠에서 깨서 갇힌 걸 알아차렸을 때 이건 꿈일 거라고, 내가 아직 꿈에서 깨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뺨을 먼저 때릴 것 같다. 그러다 이것이 정말이지 현실임을 깨달으면 미친 듯이 문을 열려고 했을 것이다. 뭐 주인공처럼 협박할 깡이 없어서 그냥 탈출하려고 노력할 것 같고, 그러다가 나를 가둔 사람에게 빌 것 같다.
작품은 22분의 러닝타임 중 18분 정도 주인공이 창고에 갇힌 모습을 보여주며 주인공이 어떻게 행동하고 반응하고 생각하는지 보여준다. 비슷한 장면을 오래 보여주는 건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은 소름 끼치고 공포를 유발하는 소리와 주인공의 말과 행동을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고 계속 작품을 보고 싶게 만든다. 정말이지 이 작품은 지루함을 찾아볼 수 없다. 날이 따뜻해지고 있는 요즘, 사람들이 온몸에 시원한 소름을 느끼고 싶다면 이 작품을 보면 좋겠다. 보고 나면 분명 심장이 쿵쾅거릴 거다.
인디매거진 숏버스 객원필진 3기 김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