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디매거진 숏버스 Mar 17. 2023

공짜 국물, 그 따뜻함에 관하여

영화 <국물은 공짜가 아니다> - 강민아 감독


‘밥은 먹고 다니니?’, ‘밥 한번 살게~’, ‘밥도 없을 줄 알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다 된 밥에 재뿌리기’, ‘밥맛 없는 사람’

한국인에게 밥은 영혼이다. 우리에게 가족은 식구(食口)이며, 직장은 밥줄이고 삶의 원동력은 밥심에서 나온다고 한다. 포털사이트에 ‘한국인’을 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검색어 또한 ‘한국인의 밥상’이다. 따뜻한 밥 한 끼가 주는 감동을 우리는 알고 있다.



수민은 사람의 발걸음이 잘 닿지 않는 골목 한편에서 인스턴트 볶음면 가게를 운영한다. 그녀의 가게는 활기찬 분위기도 아니고 메뉴가 다양하지도 않다. 침침한 불빛 아래 오직 볶음면 한 그릇만 판매한다. 주인인 수민 또한 친절하지 않다. 음식을 시키지 않는 손님에게는 물 한 잔 값도 받는다. 심지어 국물 없는 메뉴에 국물 서비스도 없다. 아예 이 가게에서 국물은 쳐다볼 수도 없다. 손님들이 얼마나 찾았으면 벽 한 편에 국물은 없다고 적어놓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국물은 내지 않는 그녀는 그녀의 가게처럼 차갑고 고독하다.



그런 그녀의 곁에는 배달비 대신 볶음면으로 식사를 하며 배달일을 돕는 태웅, 자꾸 집밥을 만들어주는 새 하우스메이트 유정이 있다. 수민은 아무 대가도 없이 자신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들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 쓸 여유 없이 빚을 갚아나가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가게 빚도, 학자금 대출도 아닌 엄마가 요구한 양육비를 갚아나가는 그녀는 모든 행동에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랬기에 유정의 집밥에도 밥값을 지불하려 한다. 그렇게 불편하면서도, 값을 지불하면서도 유정의 집밥을 마다하지는 않는다. 어느새 그녀는 유정의 집밥에 스며들게 된다.



엄마의 빚을 다 갚고 주변을 볼 여유가 생긴 수민은 곁의 두 사람의 변함없는 온기를 느낀다. 그리고는 그동안 끓이지 않았던 국물을 끓인다. 이제는 자신이 온기를 베풀 차례라는 듯. 건조하고 차가웠던 그녀의 삶에 온기를 더하고 촉촉하게 만든 그들처럼 소박한 재료로 따뜻한 국물을 우려 국수를 만든다. 공짜 국물, 아니 그 이상의 값을 하는 국물이었다.


국물은 별것 아닌 존재 같지만 없으면 괜히 허전한 존재이다. 어묵 먹을 때 종이컵 한 잔의 국물, 튀김에 조금 묻혀주는 떡볶이 국물, 식당에서의 장국 등 작은 공짜 국물이 생각보다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수민이 만든 따뜻한 국물도 그녀의 삶과 주변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밥은 중요하다. 특히 타인과 함께 사는 삶에서 밥 한 끼 같이 하는 시간은 중요하다. 수민에게 밥이 그저 한 끼 때우는 것이었다면 유정의 밥은 누군가를 변화시킨 힘이었다. 밥은 물리적 실체로 드러나는 든든한 애정이자 뭉클한 위로이다. 애정 어린 밥에 스며들던 주인공처럼, 필자 또한 진솔하고 담백하면서도 따뜻한 영화 <국물은 공짜가 아니다>에 스며들고 있었다. 혼자 먹는 밥이 익숙한 요즘 세상이지만, 이번 주말은 사랑하는 주변인과 밥 먹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특별히 따뜻한 국물도 함께하면 좋겠다.



인디매거진 숏버스 객원필진 3기 송규언

작가의 이전글 여기서 당장 나가야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