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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매거진 숏버스 Mar 21. 2023

그래도 죽지 말고 살아보자.

영화 <구더기, 흩어지다> - 김지홍 감독

삶과 죽음. 그 경계선을 뚜렷하지 못하다. 단 한 뼘 차이. 그 작디작은 간극 안에서 우리의 운명은 바뀐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대한민국, 우리는 어째서 삶을 버리기로 결심했는가? 실낱같은 희망은 존재하지 않았는가? 아니, 뭐가 가장 고통스러웠나. 턱 끝까지 차오른 무기력과 우울을 당장이고 떨쳐내고 이겨내라는 말은 하지 않을 테니, 죽지만 마라. 그래도 좀 살아봐라. 날씨가 좋아서. 밥이 맛나서. 새로운 노래가 나와서.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는 저걸로 충분하다.      


스릴러, 공포를 끔찍하게도 싫어하는 내게 스릴러 장르의 작품을 보라는 건 오늘 잠자지 마세요. 악몽을 꾸세요. 라는 말과 같다. 그런 내가 스릴러 장르의 이 작품을 본 이유는 작품이 유품 정리사인 주인공이 이웃의 자살을 막을 기회가 생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서였다. 평소 나에겐 죽음이란 사람이 맞이하는 세상을 향한 작별 인사다. 하지만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나면 나에게 죽음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너무 쉬운 일이 된다. 웃긴 건 그렇게 크게 앓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저 느낌을 잊어버리고 평소대로 돌아온다는 거다. 어떻게 저 느낌을 잊는지 싶다가도 사람이 망각의 동물임을 알고 웃어넘긴다. 그러다 다시 또 누군가를 보내면 다시 피어나는 저 생경한 느낌에 눈물을 터뜨린다. 죽음이란 너무 허무하고 부질없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 나는 그 이유를 너무 잘 알 것 같다 가도 모르겠다. 여름에 긴팔을 입는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손목을 가리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들만 보면 기분이 이상하다. 감춰진 손목에 꼭 바코트가 찍혀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만약 당신은 당신 지인 손목에서 바코드를 발견하게 된다면 어쩔 건가? 나는 손목을 가릴 손수건을 사주며 그 친구를 안아주겠다. 당신은 뭘 할 건가?



작품은 소름 돋는 소리와 차가운 색감의 영상미를 보여주며 작품을 보는 내내 손에 꼭 쥐게 만든다. 그 속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가진 텅 비어버린 동공, 축 눌어진 몸을 자세히 가까이 보여주고,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려준다. 햇빛 하나 없는 방은 또 어떻고. 그 모든 게 담긴 장면은 꼭 생기 잃은 꽃이 죽어가는 과정이다. 정말이지 보다가 화면을 꺼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이 작품을 만든 의도가 뭔지 작품을 보면 알 수 있고, 거기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섭거나 징그러운 걸 보지 못한다면 이 작품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이 아프면 힘들면 망설이지 말고 무서워하지 말고 다들 병원에 가길, 죽고 싶다면 살아갈 이유를 만들길 바란다. 



인디매거진 숏버스 객원필진 3기 김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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