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디매거진 숏버스 Mar 28. 2023

날이 참 좋아. 우리 데이트 할래?

영화 <데이트> - 김인국 감독

따뜻한 날씨가 성큼 다가와 우리의 마음을 살랑이면 우리는 꼭 사랑에 빠진 것처럼 군다. 햇살은 왜 이리도 다정한 건지 바람은 왜 이리도 선선한 건지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게 된다. 이럴 때 우리는 반팔에 얇은 셔츠 하나 걸치고 칠레레 팔레레 뛰어다니며 꽃을 보고 싶어진다. 봄이라는 계절에 이렇게 착실하게 반응하는 우리가 웃기면서도 좋다. 계절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삶을 더 행복하게 살아낼 수 있는 거니까. 밖에 나가보니 이제 꽃이 만개하고 있다. 날이 참 좋다. 데이트 신청을 하기 좋은 날씨라는 말이다.      


 데이트. 이번에 받은 작품 중에서 저 제목을 보자마자 난 소름이 돋았다. 내가 이번에 과제로 받은 에세이 주제가 데이트인데, 운명처럼 내가 받은 작품이 데이트라니. 여튼 나는 제목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작품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작품은 아들이 학교 과제를 위해 엄마를 촬영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엄마와 아들의 데이트, 참 보기 좋았다. 요즘 나는 만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데이트는 무슨. 칩거 생활? 중이다. 그렇다 보니 작품 속 주인공도 주인공 엄마도 마냥 부러웠다.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모자지간의 관계, 주인공이 카메라에 담긴 엄마를 보는 감정보다 만약 이들이 혼자가 된다면? 이라는 상상을 하며 외로움과 고독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작품은 함께여서 행복한 이들을 보여주니 나는 함께이지 않을 때의 모습을 생각해면 좋을 것 같아서 말이다.  

   

 

- 내가 생각한 외로움과 고독에 대하여, 

혼자는 생각보다 좋지만 생각보다 많이 서럽다. 고독사가 이해가 된다는 뜻이다. 이게 고독에 대한 나의 결론이다. 나는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의 외로움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혼자 있어 보니 외로움이 거지 같은 감정이라는 걸 느꼈다. 외로운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 혼자 사는 인생을 즐기고 있다며 스스로를 속인다. 나도 그랬다.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그렇기에 데이트할 상대가 있다는 건, 그러니까 혼자가 아니라는 건 정말 다행인 거다. 다른 사람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봤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작품을 함께여서 다행인 이유로 해석했다,     


 마지막으로 너무 외로울 때면 인형을 사람 취급해보면 괜찮다. 내가 예전에 썼던 방법인데 조그마한 인형 키링을 가방에 달고 어디 나갈 때마다 얘랑 나랑 같이 나간다고, 나 지금 얘랑 데이트 중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덜 외롭다. 문제는 내가 친구는 많이 있어야 한다고 인형 키링을 자꾸만 산다는 거. 그래도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행동이니 우리 합리화하며, 곧 다가오는 봄에는 인형이 아닌 사람이랑 데이트해보도록 하자. 데이트하기 위해서라도 사람을 사귀라는 뜻이다. 



인디매거진 숏버스 객원필진 3기 김민서

작가의 이전글 포기하는 삶으로서의 '어른 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