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디피> - 김명종 감독
지은이는 늘 혼자 방 안에서 삐뚤밴드의 <세상엔 나 혼자뿐>이라는 음악을 들으며 지낸다. 어떠한 사건에 의해 상처를 입은 지은이는 이 우울한 노래의 가사에 위로받으며 히키코모리처럼 지낸다. 그녀가 재생하는 CDP 속에는 CD의 음악을 연주하는 삐뚤밴드가 있다. CDP 속 밴드는 변함없이 앵무새처럼, 기교없이 늘 반복적으로 이 노래를 연주한다. 악보에서 벗어나 연주하는 순간 관리자에게 불려가 지도를 받는다.
지은이의 엄마는 지은이 매일 이런 우울한 노래를 듣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클래식으로 바꿔보기도, 아이돌 가수의 노래로 바꿔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지은이는 더 엇나간다. 밴드 멤버 건반이와 보컬이 또한 자신들의 노래를 들을수록 더욱 우울해져가는 지은이가 안타깝게 생각된다. 결국 그런 그녀를 위해 노래 가사를 희망적으로 바꾸는 불법까지 저지르며 지은이에게 희망을 전해주려 한다. 결국 건반이는 관리자에 의해 공연장에 발을 디딜 수 없게 된다. 밴드의 보컬이는 건반이의 퇴출을 보았음에도 다시 한 번 개사를 시도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 노래가 지은이에게 닿고 지은이는 방에서 벗어날 용기를 얻는다.
몇 년 전부터 LP 열풍이 불고 있다. LP판부터 턴테이블까지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하다. 사람들은 오래 전 책장에 넣어둔 LP를 찾아보게 된다. 그렇게 옛날 LP를 찾으며 본인들의 옛날 기억도 함께 찾아보게 되기에 사람들이 더욱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LP 열풍 속에서도 필자는 LP보다는 CD나 카세트테이프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물론 LP를 접한 세대가 아니기도 하지만 왠지 후자가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고 더욱 애정이 간다. 자연스레 부모님이 보관해놨을 법한 마이마이나 워크맨을 찾아보았고 실제로 오래된 휴대용 CD플레이어 하나를 발견했다. 스마트폰으로, PC로 심지어 TV로 음악 스트리밍이 너무나 쉽게 가능해진 시대에서 CD플레이어에 CD를 넣고 듣는다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의 불편한 감성이 있는 듯하다. 너무 쉽게 얻는 위로가 아닌 조금은 힘을 들인 위로에 더욱 마음이 간다.
엄마는 딸이 듣고 싶은 음악이 아닌 딸에게 좋은, 딸 친구들이 듣는 음악을 고른다.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다. 아이의 상처를 살피지 않고 본인의 뜻대로만 상황을 해결하고 싶어한다. 삐뚤밴드의 음악은 지은이에게 유일한 친구이자 위로였을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그 CD와 CDP를 뺏는 것은 세상을 뺏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감독님의 의도는 그런 것 같지 않지만 필자는 삐뚤밴드의 원곡 <세상엔 나 혼자뿐> 또한 위로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울하고 비관적인 가사가 그 자체로 청자로 하여금 더 우울하게만 하지는 않는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음악으로 만들고, 함께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곧 위로가 된다. 물론 희망을 담은 노래는 당연히 사람들에게 희망과 치유를 전할 수 있다. 하지만 절망을 담은 노래가 반드시 청자의 영혼을 갉아먹고 절망에 빠뜨리지는 않는다. 세상에 수많은 자신의 어두운 마음을 담은 노래가 사람들을 절망으로 몰아가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단편 영화에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담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CDP>는 40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여러 노래를 담았다. 가사와 멜로디가 모두 귀에 남는 곡들이었다. 특히 마지막 지은이를 바다로 뛰어나가게 한 <넌 혼자가 아니야>는 ‘바다는 파도가 치는 곳이 아닌 태양이 뜨는 곳’이라는 뜻을 가사에 담았는데 영화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이었다. 음악과 위로, 그로 인해 아픔을 극복하는 아이의 성장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 <CDP>였다.
인디매거진 숏버스 객원필진 3기 송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