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영빈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A. 저는 배우 박영빈이라고 합니다. 부산에서 태어나 거창에서 자랐고, 서울예대 연기과를 졸업했는데… 자기소개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웃음) 단편영화 <한양빌라, 401호>,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장편영화 <이월> 등을 거쳐, 최근엔 드라마 <시지프스:the myth>에 출연했습니다.
Q. 작품 및 캐릭터 소개도 부탁드린다.
A.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라는 영화는 서울의 어느 편의점에서 일하는 미화와 파리에 사는 영빈이 전화하며 이런저런 감정을 나누는, 간질간질 말랑말랑 초절정 멜로 영화입니다. 저는 파리에 사는 영빈 역할을 맡아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Q. 극장 개봉 소감
A.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제가 출연했고 안 했고를 떠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저는 안다훈 감독님의 작품에서 묻어 나오는 감성을 정말 좋아해요. 다훈 감독님과는 대학교 영화 수업에서 만나 총 세 편의 작품을 같이 했습니다. 자신이 연출하는 영화에 세 번이나 저를 캐스팅해 준, 저한테는 영화 선생님 같은 감사한 형이죠. 그중 가장 최근, 세 번째로 함께 한 작품이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요. 형도 세 편의 영화를 만드는 동안 어느덧 무르익은 것인지 이 작품이 형 특유의 감성을 아주 잘 담고 있다 느껴져요. 항상 다훈 감독님한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라는 얘기를 해왔어요. 그런 저의 최애 영화가 상영된다니 정말 기쁩니다.
Q. 촬영 당시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
A. 예술의 도시에서 촬영하다니. 일단 파리에서 촬영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현실적이고 낭만적인 일이라, 매 촬영이 재밌고 뜻깊었습니다. 각 로케이션의 거리가 가까운 편이라 대부분 걸어서 이동해 촬영했는데, 그러다 보니 촬영을 하는 것인지 정말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인지 모를 오묘한 느낌에 젖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연기도 그런 느낌으로 하게 돼 우연히 좋은 장면을 하나 건지게 됐습니다. 영화 초중반부에 영빈이 미화에게 자신의 손 사진을 찍어 보내는 장면이 있어요. 공원에서 앉아 있는 저를 뒤에서 롱 숏으로 찍고 있을 때, 실제 집시들이 저에게 다가와 서류를 내밀며 사인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이미 카메라는 돌아가고 있는 상태라 제가 단호하게 거절하고 연기를 이어갔는데, 그 장면이 오히려 자연스러워 감독님이 오케이를 냈던 게 기억나요. 자세히 보시면 뒤따라오는 집시가 바닥에 침을 뱉는 것도 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너무 단호하게 거절해서 기분이 나빴나 봐요.
Q. 상대 배우가 없어 감정을 잡기 힘들었을 거 같다. 촬영 당시 참고한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는가
A. 사실 감정 잡기 어려운 건 없었어요. 감정을 따로 잡는다고 될 것도 아니었고요. 다훈 감독님은 무서울 정도로 철저한 사람이라 모든 면에 있어 거의 완벽하게 준비를 해 제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얼굴이 나오지 않을뿐더러, 나온다 하더라도 얼핏얼핏 나올 것을 알고 있었어요.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며 그 의도까지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미화의 시선을 통해 영빈을 보는 형식이잖아요. 거기다 그냥 영빈이 아니라 ‘파리에 있는’ 영빈. 제가 감정을 잡을 것도 없이, 그저 파리 길거리의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만 있으면 모든 장면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거라 생각했어요. 사실 공간 덕을 본 셈이기도 하죠. 오히려 후시 녹음을 할 때가 조금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제 모든 대사를 후시 녹음으로 했거든요. 그런데 사실 어려웠을 뿐이지 힘들진 않았어요. 미화 역할을 맡은 유민 누나가 연기를 굉장히 잘 했기 때문에 저는 그냥 그 느낌을 그대로 받아 편하게 녹음했던 것 같아요.
Q.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은 '통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설렘을 주고받는다. 관객들이 가장 설렘을 느낄 거 같은 장면?
A. 맞아요, 미화와 영빈은 통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설렘을 주고받죠. 통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굉장히 특별한 행위인 것 같아요. 오직 소리만 들을 수 있으니, 그 외 나머지는 상상을 해야만 하죠. 나와 통화를 하며 설렘을 불러일으키는 누군가가 어떤 장소에 있고, 어떤 것을 보고 있고, 어떤 냄새를 맡고 있는지는 상상을 통해 추측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낭만적이기도 한 것 같아요. 저는 이 영화가 통화의 그러한 속성을 잘 이용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미화는 영빈의 소리만 들을 수 있지 다른 건 다 상상해야 하잖아요. 그것도 아주 낭만적으로. 관객에겐 영빈의 모습을 보여줘 욕구를 충족 시켜주지만요. 미화와 관객 사이에 존재하는 그러한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 쾌감이 느껴짐과 동시에 설렘이 극대화되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 그 순간은 영화 후반부에 “같이 속는 셈 치며 눈 한 번 감아 봐요”라고 말하며 서로의 목소리가 불러일으키는 상상 속에서 파리를 여행하는 장면인 것 같아요. 영화라는 매체이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그 장면이 가장 설렜어요. 아마 이 영화를 처음부터 쭉 보신 분들도 그렇게 느끼시지 않았을까요.
Q. 파라에서 촬영이 진행됐는데 프랑스에서의 촬영은 어땠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A. 프랑스에서 촬영은 굉장히 여유로웠어요. 사실 제가 여유로울 수 있었던 건 다훈 감독님이 무서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웃음) 여건상 엄청난 장비를 사용할 수도 없었고 동시녹음을 진행할 수도 없어 자칫하면 힘든 촬영이 됐을 수도 있었을 텐데, 다훈 감독님은 그런 것들을 다 예상하고 준비를 해줬어요. 분명 자신도 가본 적 없는 곳이었을 테지만 철저하게 로케이션을 알아봤고, 이동 동선까지도 정확히 준비해뒀습니다. 저는 감독님의 보호 아래 모든 게 그저 믿고 따라가기만 하면 됐죠. 저는 감독님 덕분에 모든 걸 예상할 수 있었기에, 정말 편안하게 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생애 첫 유럽 여행도 할 수 있었고요.
Q. 앞으로의 작품 계획이 있다면
A. 저는 아직 갈 길이 먼 신인이고 무명 배우에 불과하지만 언젠간 유명해져 좋은 작품들을 만나고 싶어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같은 톤을 가진 영화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고요. 저에게 큰 감명을 준 좋은 영화들과 닮은 다른 영화들에 제가 나와서, 제가 느낀 것들을 다른 분들이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찰까 하고 항상 생각해요. 그리고 연기가 아닌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요. 지금은 사진을 찍는 것과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이 생겨 진지한 태도로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Q. 배우님에게 단편영화란 어떤 의미인가
A. 단편 영화는 제 욕망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연극을 하고 싶어 대학교에 입학했어요. 어쩌다 우연한 기회에 영화를 찍게 되었는데, 정말 순식간에 영화에 빠져버렸습니다. 작품에 참여하는 사람 중 누구 하나 필수적이지 않은 사람은 없잖아요. 그 모든 사람들이 좋은 영화를 만들겠단 목적 아래 머리를 맞대고 골머리를 썩이며 한 컷 한 컷 찍어내는 그 희열을 잊지 못합니다. 그 희열을 잊지 못해서, 끊임없이 그것을 다시 느끼려고, 계속 연기를 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단편은 장편과는 결이 다른, 간결하면서도 유쾌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 느낌을 참 좋아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A. 여러분도 미화 씨와 함께 “속는 셈 치고 눈 한 번 감아 봐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 앞에서 봬요. (웃음)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Shakespeare and Company)
러닝타임 : 16분
감독 : 안다훈
배우 : 정유민, 박영빈
스탭 : 제작 전형준 | 제작부 백수아 | 제작지원 김동현 | 연출/각본/편집 안다훈 | 각색 이미화 | 조연출 김훈영 | 스크립터 안요섭 | 스토리보드 노혜민 | 파리촬영 안다훈 | 파리촬영부 김송미 | 파리제작 이미화 | 파리제작지원 김예원 | 촬영 조민국 | 촬영부 김호, 김탁경, 권승혁 | 조명 김훈영, 조현철 | 미술 정세음 | 동시녹음 이승석 | 붐오퍼레이터 박정민 | 사운드 안다빈(PLUTO SOUND GROUP) | 폴리 이충규(폴리팝) | 음악 조성욱 | DI 안요섭 | CG 심재민 | 영어번역 최준용 | 불어자문 김찬엽 | 포스터디자인 한정길
로그라인 : 서울에서 편의점 알바를 하는 미화는 파리에 사는 영빈과 통화하며 파리의 거리를 거니는 로망을 꿈꾼다.
수상/초청이력 : 제2회 한중국제단편영화제 - 시나리오상 수상 / 제8회 충무로단편영화제 - [청년/대학생] 부문 본선 진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