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박경진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감독을 맡은 박경진입니다. 현재 아주대학교 물리학과에 재학 중이며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는 제 첫 연출작입니다.
Q. 작품 소개도 부탁드린다.
A. 최갑수 작가님의 에세이’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에서 이야기하는 사랑과 여행, 그리고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랑과 여행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서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라는 문장을 제 나름대로 해석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사연 있는 한 싱어송라이터 정아가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정아의 삶을 스치는 것과 그녀의 곁에 머무르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갈등하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Q. 극장 개봉 소감
A. 많이 부족한 저에게 너무 좋은 기회가 찾아와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Q. 촬영 당시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
A. 롱테이크 감정 신을 제부도에서 촬영했었는데, 촬영을 빨리 끝내지 않으면 물길이 닫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플레이백 해볼 시간도 없이 최대한 빠르게 촬영을 끝내고 물길이 닫히기 직전에 섬을 빠져나갔던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다리를 건너는데 거의 차바퀴까지 파도가 들어오는 나름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
Q. 작품 속에서 노래는 중요한 매개체다. 연출할 때 노래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진행하게 된 계기
A. 오랜 시간 영화 연출을 꿈꾸면서 해보고 싶었던 대부분을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해본 것 같습니다. 다양한 로케이션과 신들, 촬영 기법들 같은 것들이요. 음악을 좋아하고 밴드 활동을 오래 해온 저에게는 가장 하고 싶었던 장치가 음악이었던 것 같습니다.
친절하게 많은 내용을 설명하지 않더라도 잘 짜인 음악 신 하나만으로도 관객들은 많은 감정들을 느끼고, 영화를 보는 재미가 생기니까요, 하나의 음악이지만 관객들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도 음악을 영화에 담고 싶은 이유입니다.
스쳐 지나가고, 떠나는 것, 그리고 곁에 머무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인 이 영화의 주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노래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Q. 영화 속에 나오는 노래들을 작사 작곡할 때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
A. 한 번만 보는 영화가 아닌 여러 번 보게 만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두 곡을 하나로 만드는 연출을 이용했고, 극 중에서 ‘모래성’이라는 곡은 성현이 두 번 부르게 됩니다. 첫 번째는 정아가 바에서 공연 중인 성현을 볼 때, 그리고 두 번째는 정아의 공연과 교차하는 장면인데요. 첫 번째 신에서의 성현의 가사와 두 번째 신에서의 성현의 가사가 같지만 다른 감정으로 부르는 성현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번 보아야만 알 수 있는 장치를 음악 신들에 넣고 싶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가사에 굉장히 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정아의 공연 장면에서 부른 ‘Sunset Yelow’의 가사에도 이중적인 Sun(Son)의 의미, 성현의 노래 가사 중 Sun과 moon의 대비 같은 것들은 영화를 한 번 보고는 캐치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문득 영화를 한 번 더 보았을 때 그런 점들을 관객들이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또한 나름 중점적으로 두었던 부분은 마지막 장면에서 성현은 정아를 생각하면서 노래를 부르지만, 정아는 성현이 아니라 자신의 아들을 생각하면서 노래를 부른다는 점인데요, 친절히 표현되진 못했지만 모든 정아의 가사가 사실은 아들을 위해 쓴 가사였다는 걸 알게 된다면 또 영화가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작품 연출에 있어 특히 신경 썼던 부분
A. 다른 장면들보다 주인공들이 노래를 부르는 신에서 관객들이 음악을 오롯이 느끼고 주인공들의 감정을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촬영에 신경을 많이 쓰고,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 장면을 좋게 느끼고 가사까지도 음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Q. 정아는 바다로 여행을 떠난다. 다양한 공간 중에서도 바다,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한 이유
A. 우선 제가 바다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고 바다를 보러 간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이라 생각의 정리가 필요할 때 바다를 보러 간다는 것이 너무 마땅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무심코 떠난 바닷가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운명적인 상대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하게 흔하지만 드라마틱 한 전개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어딘가로 떠났을 때 운명적 상대를 만난다는 것이 정말 좋은 일인가?라는 고민을 해봤습니다.
특히 게스트하우스의 경우에는 제가 런던에서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한동안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정한 설정인데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정말 좋고 잘 맞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에 당연히 함께 있는 게 그리 좋지만은 않은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바다와 게스트하우스라는 공간처럼,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는 사실 만으로 그 공간은 모든 것을 용서하게 만들고, 현실에서의 나를 잊게 만드는 공간이기에 모든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게 만들죠.
영화에서 정아는 서울에서의 자신의 삶에서 도망치고 싶기 때문에 여행을 떠납니다. 답을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괜찮은 남자를 만나지만, 그 남자는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자신을 이해해 줄 정도로 그리 좋은 남자는 아니라고 생각되었죠. 현실을 잊을 만한 어느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모든 것을 용서할만한 바다였기 때문에 정아와 성현이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보내야 하는 것을 보내지 못하고 머물렀으면 하는 것을 붙잡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A. 저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라는 말을 좋아하고, 많은 분들께 해주고 싶습니다.
영화에서 정아는 자신의 전 남자친구와 아들을 너무 사랑하고, 지금은 너무 불행하지만 아들이 태어난다면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정아처럼 저무는 해를 곁에서 보내고 밤이 온 것을 받아들인다면, 아침해가 뜰 때까지 홀로 버티는 이 밤이 외롭지 않을 수 있을까요.
물론 정아는 외로울 겁니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다가오는 아침 해를 더욱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픈 특별한 메시지가 있다면
A. 우선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내러티브와 스토리텔링을 떠나 음악과 이야기 자체를 재밌어하셨으면 좋겠고 마음 깊은 곳에 남지 않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스쳐 지나가듯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 또한 음악 영화의 매력이니까요.
Q. 앞으로 작품 계획이 있다면
A.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을 소재로 15분~20분 정도의 단편을 준비하고 있어 6월 중 촬영을 마친 상태입니다. 가을 전에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 같고, 또 내년에 촬영에 들어갈 음악 단편도 시나리오 작업 중입니다.
Q. 감독님에게 단편영화란 어떤 의미인가
A. 장편과는 다르게 하나의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같은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특히 영상 매체의 호황기에 한 영상의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본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데요, 저에게는 영화는 한 편을 집중해서 소비해야 하는 장르이기에 장편 한 편을 본다는 것이 꽤나 큰 도전으로 느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짧은 시간 동안 하나의 이야기에 집중한 단편영화는 꽤나 큰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Journey)
러닝타임 : 45분
감독 : 박경진
배우 : 한서연, 김진태, 윤영환, 한창희
스탭 : 각본/감독 박경진 | 조연출 백유진 | 스크립터 최서영 | 프로듀서 박용준 | 작가 정다솔 | 촬영 Yong J | 조명 이종민 | 미술 지혜민 | 동시녹음 임성준 | 붐마이크 성요한 | 믹싱 권기헌 | DI 고민지 | 번역 송지혜 | 포토그래퍼 이경민 | 캘리그라피 김해솔 | 저작권자문 박선미 | 소품지원 이장현 | 의상지원 송종화 | 이동지원 박준호, 박동연 | 음악감독 한창희 | 믹싱 권기헌, 하영빈(와비) | 마스터링 Alan JS Han, 하영빈(와비) | 음원유통 더블인터넷 | 작곡자문 정희준, 황은관
로그라인 : 여행을 떠난 정아. 그곳에서 만난 성현과 음악 작업을 이어가는데, 어쩐지 세상을 떠난 전 남자친구가 계속 떠오른다.
수상/초청이력 : 제12회 원컨트리원필름이수아르국제영화제(ONE Country ONE Film) - [Short Films] 부문 초청 / 제1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 부문 초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