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디매거진 숏버스 May 20. 2021

인물의 '숨'을 쉬며 살아가는 배우 '이주영'

배우 이주영 - 단편영화 <99년식> / 이김홍래 감독


최근 많은 배우들이 한 장르에 극한 되어 있는 것이 아닌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주·조·단역을 불문하고 캐릭터에 스며들어 연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그 배우의 연기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영화 <99년식> 속 수미 역할의 이주영 배우가 그런 존재다. 영화면 영화, 드라마면 드라마, 거기다 연극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다른 색을 띠고 있는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종횡무진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과연 이 배우의 다음 행보는 어디일지 궁금해진다. <99년식>의 수미, 배우 이주영을 좀 더 알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녕하세요, 배우님 본인 소개와 영화 <99년식>에서 맡으신 ‘수미’라는 인물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주영이라고 합니다. 연기한 지 23년 차 되었구요. 연극 무대를 중심으로 영화, 드라마에서 주어진 인물의 삶으로 들어가 '숨'쉬며 사는 배우입니다.


<99년식>에서 수미는 사람 수미이고 대리운전기사이고 영지 또래의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합니다. 현실의 삶이 녹록하지만은 않아서 현실에 딱 발을 붙이고 살고 있지만 동시에 따뜻한 마음 한구석을 내어주는 오지랖 아주머니이기도 해서 영지와의 짧은 하루 그 여행에 자의 반 타의 반 끼어들게 되는 사람이구요.


출처 : 마크923 연극 <그을린 사랑>


이김홍래 감독님과는 이전 작인 <멎은 날>, 2019년 당시 편집 중이라고 하셨던 <박쥐>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추셨습니다. 감독님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셨나요?

이김홍래 감독님이 <멎은 날> 주인공 캐스팅으로 배우를 알아보던 중에 영화 <루비> 박지연 배우가 제가 나온 임승미 감독의 단편 <롤러브레이드>를 소개했고 그걸 본 홍래 감독이 연락이 와서 만나게 되었어요. 그 후 계속 함께 작품 하게 되었네요.



어른과 아이(청소년)의 새로운 연대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대게 아이가 어른에게 의지하게 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99년식> 속 두 인물은 상호의존/보완적이라기보다는 그저 담담한 인생의 동료처럼 보입니다. 배우님이 해석한 수미가 영지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99년식 차를 대리해서 어디론가 가자고 하는 영지의 시작이 이미 예사롭지 않은데 반면 수미의 딸 또래이기도 해서 부담이 없기도 했던 거 같아요. 그러나 예상치 못한 영지의 행동들이 수미를 자극하고 영지의 그 땡깡 같은 행동에 결국 동행하기로 마음먹게 되는 건 영지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하려는가에 대한 관심이었던 거 같아요. 대단한 정의감이 아닌 여정에 동행한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오지랖. 계속 신경이 쓰이는 존재가 된 거죠.




영화 속에서 수미가 영지를 대하는 태도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우호적으로 변해갑니다. 변화의 요인이 되는 감정적 변곡점이 영화상에서 드라마틱하게 드러나진 않는데요, 다소 객관적인 시선의 <99년식>에서 수미를 연기해내는 어려움이나, 그때의 해결책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감독님이 드라마틱한 변곡점에 대해 지양했었어요. 어찌 보면 우리네 사는 모습이 변곡점을 드러내는 때가 자주 있지 않은 것처럼요. 사실 시나리오상 영지가 직접적으로 자신의 사연을 얘기하는 장면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그 장면들을 촬영했었구요. 수미가 더 영지에게 관여하게 될 수밖에 없는 지점들이었죠. 편집에서 그 부분들이 편집되었어요. 그래서 보여질 때 객관적 시선으로 보여진 것이죠. 그래서 객관적 시선의 <99년식> 영화의 수미를 연기하는 배우로서 힘든 점보다는 사전 리허설에서 잡았던 인물의 선이 현장에서 유연하게 디테일함을 잡을 때 감독님과 제가 판단하고 선택하는 순간이 힘든 점이 아니었나 싶어요. 감독님의 시선을 믿는 건 당연하고 그 안에서 배우가 인물의 디테일을 보여줄 때 영화 안에서 인물이 설득되는 지점 말이죠. 저의 해결책은 행동을 제안하고 반응하는 컷에 대한 제안을 해보고 보여주는 거죠. 그다음은 감독님이 선택하구요.


주차장을 걸어 나가는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수미가 영지의 뒤를 무심히 따라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엔딩 장면을 찍을 당시 감독님께서 디렉팅 하신 부분이 있는지, 배우님께서 나름대로 해석을 하신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감독님이 그 장면을 풍경처럼 찍었어요. 감독님의 제안이었구요. 영지와 수미의 여정이 끝났으니 각자의 갈 길을 가는 거죠. 그런데 수미로서 걸을 때 폐차장의 황폐한 느낌과 비 온 뒤라 질척거려 발이 푹푹 빠지는 바닥의 질감들이 묘하게도 조금 비참했어요, 아마 여정 끝에 영지에게 돈을 받는 장면 때문인 거 같아요. 생리대 값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대리비를 받고 모든 거래가 끝났다 하는 그 후에 오는 철저한 타인이 되는 순간. 전 그런 해석이 되었어요. 감독님도 같은 해석이었구요.




감독님께서는 <99년식> 제작 당시 영화 <레이디 버드>를 참고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배우님께서는 혹시 촬영 당시 개인적으로 참고한 영화나 캐릭터가 있으실까요?

제가 예전에 찍은 유성엽 감독의 <강변북로>가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때도 대리운전기사 역이었는데 취한 남자 손님과의 밤에서 새벽으로 가는 여정의 이야기였거든요. 강변북로의 주영 캐릭터와 수미가 이어져 있다고 느껴졌어요.


배우님께서 촬영 당시 가장 좋았던 장면 혹은 완성본을 봤을 때 제일 좋으셨던 장면은 무엇인가요?

영지와 강변에서 있는 장면이요. 실제로는 영지의 사연을 듣고 영지를 달리 쳐다보는 장면이었어요. 영지가 겪은 일에 대해 마음이 좀 찹찹해지는 순간이었어요.



차기작을 통해 연기해보고 싶은 인물이나, 해보고 싶은 감정연기가 있으신가요?

알마도바르 감독 <귀향>처럼 너무 큰 아픔이 있으나 위트 있게 표현된 영화를 좋아해요. 인물도 그렇게 표현되어지는 인물의 삶을 연기해 보고 싶어요.
해보고 싶은 인물들은 너무 많죠. 사실은. (웃음)


배우님께서는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고 계십니다. 그중 영화 속에서 연기를 하실 때 다른 분야보다 더욱 중점을 두고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저는 연기함에 있어 '숨'. 인물의 '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영화에서는 '숨'과 '디테일'이죠. 특히 영화에서 인물로 존재한다는 것이 결국 카메라의 시선 속 세계의 일부이기도 하고 전체일 수도 있는 인물로 담겨지는 것이라 그 세계가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세상이라면 그 세상 속의 디테일의 결을 집요하게 표현하는 연기가 중요하다고 믿어요.



마지막으로, 배우님에게 단편영화란 무엇인지요?

추억 상자요.
소중한 이야기들이 담긴 추억 상자 속 아끼는 물건 하나하나처럼 소중하고 귀한 세상 이야기의 축소판. 열어보고 또 열어보고 어루만져 주고 싶은.


우리는 배우 이주영의 추억 상자 속 소중한 이야기 중 하나인 영화 <99년식>을 통해 수미의 ‘숨’을 느낄 수 있었다. 연기라는 행위를 인물의 삶으로 들어가 ‘숨’을 쉬며 살아왔다는 그의 말은 너무나도 인상 깊은 구절이었다. 이김홍래 감독의 단편영화 <99년식>과 2021년 5월 25일부터 30일까지 LG 아트센터 초청공연으로 진행되는 <그을린 사랑>에서 배우 이주영의 ‘숨’을 느껴봤으면 한다.


인터뷰어 - 인디매거진 숏버스 백승훈, 임소월 코디네이터

인터뷰이 - 이주영 배우




작가의 이전글 910000, 여섯 숫자에서 시작된 생일파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