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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매거진 숏버스 Feb 14. 2023

청춘의 정점 스물,
나의 여름을 기다리며

영화 <여름, 버스> - 류진아/조범식 감독

청춘의 정점 스물, 나의 여름을 기다리며 본 여름, 버스
우리가 이렇게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건 전부 기사 아저씨들 덕분이야.      



인디 매거진 숏버스 객원 필진이 된 나는 활동을 시작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고, 활동 안내와 동시에 단편 영화를 제공받았다. 다양한 작품 중 가장 눈에 띄었던 작품은 단연코 ‘여름, 버스’였다. 가장 선두에 있는 영화라, 또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무엇보다 작품이 검은 바탕에 내레이션이 흘러나오는 걸로 시작해, 작품이 시작한 줄도 모르고 소리가 나면 작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서. 처음 작품을 재생했을 땐 뭔가 이상했다. 검은 화면이 도통 밝아지질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금 당황했는데, 몇 초 기다리니 앳된 소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순간 나는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고 오래도록 한 자세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 <여름, 버스> 중


‘여름, 버스’에는 두 명의 버스기사가 나온다. 작품은 두 명의 버스기사를 통해 일상에서 쉽게 있을 법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특히 버스는 우리가 하루를 시작하고 끝낼 때 타고 다니는 대중교통이라서 그런지 친밀한 감정이 들게 했고, 따스한 색감은 내가 꼭 따스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듯한 감정을 선물했다. 러닝타임이 18분인 이 작품은 두 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 <여름, 버스> 중


두 편의 에피소드는 다른 이야기이지만 맞물려 있다. 여름 날 부산의 버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맑고 깨끗하게 그려낸 여름, 버스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언제나 기분 좋게 운전을 하는 버스기사 아저씨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버스를 탄 딸에 세 버스 카트를 찍으라고 하고 만원인 버스에 올라온 산모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는 사람이 없어 애가 타는 기사님은 자리를 만들어주는 다정하고 멋진 기사이다. 일과를 끝낸 주인공은 회사에서 배차 시간을 바꿔 달라고 어렵게 말을 하는 후배의 이야기를 듣고는 흔쾌히 배차 시간을 바꿔준다. 친구가 수술을 하는데 병문안을 한 번 가야 해서.라는 한 마디에 배차 시간을 바꿔주는 주인공을 보며 정말이지 뼛속까지 다정한 사람임을 느꼈다. 그러면서 두 번째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영화 <여름, 버스> 중


두 번째 에피소드는 후배 기사 아저씨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버스에 요금을 내지 않고 자꾸 타는 초등학생에 곪머리를 썩는다. 요금을 내라고 하면 유치원생이라고 하는창문에 크레파스로 물고기 낙서를 해놓는 녀석에 주인공은 매일 힘들다. 하지만 꼬마 녀석은 버스 뒷문으로 몰래 타서 몰래 낙서를 하고 갔고, 주인공은 또 꼬마가 그린 낙서를 지운다. 그러다 주인공은 꼬마 녀석이 몰래 버스에 탄 것을 알고 꼬마를 요요 도토리 녀석 하며 부르며 버스를 세운다. 그러자 꼬마 녀석은 하하하 웃으며 급하게 내린다. 문제는 꼬마가 급하게 내리느라 크레파스를 두고 내린 것이었다. 주인공은 다음에 꼬마 녀석이 오면 크레파스를 줄 요량으로 크레파스를 보관했지만, 다음 날 꼬마 녀석은 오지 않았다. 


영화 <여름, 버스> 중


주인공은 꼬마를 기다리다 손님들이 출발하자는 소리에 버스를 움직이고, 이내 일을 마친 주인공은 크레파스를 들어 살펴본다. 크레파스에는 보온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라는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다. 주인공은 꼬마에게 크레파스를 주러 병원을 찾는데, 여기서 꼬마의 사연을 듣게 되고 주인공은 버스를 온통 꼬마 녀석을 위해 꾸며준다. 어른이 아이에게 베푸는 사랑이 아마도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었다.


나에게 버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교통수단이고, 나만의 버스 루틴은 기사님 대각선 첫 번째 자리에 앉는 것. 그래야 같은 버스 기사님들이 우연히 마주칠 때 나누는 시그널을 볼 수 있으니까. 이 작품을 보면서 버스가 더 좋아졌다. 버스 기사아저씨들에 대한 감사함도 커졌고. 작품은 짧지만 밝고 기분 좋은 상쾌함을 선사한다. 모두가 그저 편안하기만 한 이동을 할 수 있길 바라며, 모두가 이 여름의 버스를 한 번쯤 타보길 바란다.     


인디매거진 숏버스 객원필진 3기 김민서



** 영화 <여름, 버스>는 네이버 시리즈온, 티빙, 왓챠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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