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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하나의 잘 짜여진 각본

영화 <도희의 세계> - 심지용 감독

by 인디매거진 숏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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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소설책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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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한나연’. 그녀는 소설에서 ‘미운오리새끼’로 표현된다. 수려한 외모, 이유 모를 비범함으로 인해 같은 반 ‘안도희’에게 시샘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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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으로 나연을 관찰하는 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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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텍스트대로 신들이 이어진다. 도희는 친분이 두터운 도서부장과 함께 나연을 미워하고 따돌린다. 교내독서그림 대회에 나가고자 책을 빌리러 온 나연을 도희는 비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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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설의 주인공은 나연. 주인공은 항상 시련을 겪는 법이다. 도희는 정글짐에 앉아 캔디바를 먹다가 떨어뜨리고, 떨어진 캔디바에 스스로를 투영한다. 도희는 문득 삶이 별 볼 일 없는 단역과 같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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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심에 도희는 나연의 수상작을 몰래 뜯어 가지만, 귀신에 홀린 듯 그림은 그 자리에 그대로 붙어있다. 텍스트에 따르면, 그림은 거기에 있어야 하는 것. 도희가 작품의 서사를 파괴한 셈이다. 이 모습을 보게 된 선생님이 도희를 호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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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사건의 전모를 털어놓는다. 도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작가인 선생님이 창작한 소설책 안이고, 소설 외부의 독자가 책장을 넘김에 따라 이곳의 시간도 흘러간다는 것. 선생님은 도희에게 다음 소설의 주인공을 제안하며 뭘 하고 싶냐고 묻지만, 도희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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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는 나연 생각이 나고, 나연과 정글짐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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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만남 역시 소설의 일부. 소설 안의 세계에 살아가는 존재들은 작품이 규정해놓은 법칙을 거스를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의지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는 주체’라는 믿음은 매우 만연해있다. 하지만 우리가 생애에서 정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일들은 그리 많지 않다. 프랑스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는 (부르주아) 이데올로기가 개인을 주체로 구성한다는 명제를 개진한 바 있다. 기실 자유롭지 않은 존재들이 스스로를 자유롭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데 있어서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가 작동한다는 뜻이다. 자유의지 개념은 개인의 해방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일견 매력적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구조적 문제를 은폐한다. 영화는 이 무서운 논리의 맹점을 이야기하면서,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으로 포위된 세계의 본질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인디매거진 숏버스 객원필진 3기 최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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