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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매거진 숏버스 Feb 24. 2023

공중부양, 가장 깊은 곳으로

영화 <공중부양> - 김사언 감독

영화 <공중부양> 중


미옥은 40대에 접어든 사이비 종교 ‘여명 기도회’의 전도사이다. 그녀의 인생은 오직 기도회와 맹성구 성부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이나 다름없던 맹성구 교주가 사이비 종교에서의 각종 범죄 행각으로 체포되고 그녀 또한 신변이 위험해진다. 그럼에도 그녀는 전도, 예배, 기도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던 중 여명 기도회에 나병에 걸린 사내가 방문하고 그녀는 사내를 불쌍히 여긴다. 그리고는 맹성구 교주의 손길로 자신 또한 피부병을 완치했고, 교주를 만나기 위해서는 공중부양을 해야 한다는 교리를 설파한다. 그리고 그녀는 마침내 나병 사내와 경찰의 앞에서 공중부양을 보여준다.


영화 <공중부양> 중


아주 어릴 적부터 여명 기도회에 다닌 미옥은 대욕탕의 날이라는 큰 기념일에 맹성구 교주의 손길을 받는다. 사이비 종교에 있어서 성상납, 성폭행 등의 성범죄를 떠올리게 한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성추행에 해당하는 행위를 미옥과 미옥의 가족은 피부병이 낫게 된 기적, 일종의 영적 체험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기도회에서 만난 나병 사내 또한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자신 또한 나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한다. 한계에 다다른 인간에게는 정상적인 사고보다 어디든 기대고 싶은 믿음이 생기는 것일까. 수많은 사이비들이 이렇게 인간의 약점을 수단으로 그들을 악의 구렁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영화 <공중부양> 중


‘믿음’은 종교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종교에서 믿음의 대상은 신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이비 종교를 비롯한 잘못된 믿음은 주로 ‘인간’을 대상으로 한 믿음에서 비롯된다. TV, 영화, 그리고 각종 매체에서 우리는 심심치 않게 사이비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역경의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순수하게 해당 종교를 믿었지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 사람들. 때로는 지적으로 우수하고, 부유한 사람들이었지만 어느새 자신의 삶도 뒷전으로 한 채 종교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영화 <공중부양> 중


<공중부양>은 이러한 사이비 종교에 대한 비판을 담은 영화다. 잘못된 교리와 신념으로 많은 사람들과 그 주변인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나아가 사회의 악이 되는 사이비 종교. 그리고 이를 따라 잘못된 믿음으로 헤어나올 수 없는 늪에 빠져버린 신도들. 이들의 이야기를 흑백 필름에 다소 기괴하면서도 극단적으로 담아냈다. 실상의 사이비 종교들을 따져보면 사실 극단적이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웃고 넘기는 ‘도를 믿으십니까?’와 같은 사이비들이 결국 어디까지 사람들을 파국으로 이끄는지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작품이었다.


영화 <공중부양> 중


‘공중부양’이라는 떠오르는 행위는 실질적으로 그들이 종교에 빠져들고 떨어지는 행위와 반대된다. 맹성구를 포함해 신도들은 높이 떠오르고자 할수록 깊은 곳으로 떨어진다. 누군가를 향하든, 어떤 것을 향하든 그 믿음이 커지고 높아질 때 우리가 향하는 곳은 어디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올라가고자 하는 그 곳이 가장 깊은 늪일지 모른다.



인디매거진 숏버스 객원필진 3기 송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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