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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동 Nov 05. 2023

ㅇㅁㄴ로 만들 수 있는 단어는?

초성퀴즈

ㅇㅁㄴ

이 초성을 보고 '어머니' 외에 다른 단어를 먼저 떠올릴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그때는 제이든의 답을 보고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첫 번째 문제의 첫 번째 답이 '제이든의 어머니 = 바로 나'라는 생각에 갑자기 히죽 미소가 지어진다. (별 것에 다 의미를 두는 나다 ㅋㅋ)


제이든의 답과 제이든파의 답을 본 이후 또 ㅇㅁㄴ로 만들어지는 단어를 생각해 보았다. 

꽤나 오랫동안 머리로도 떠올려 보고 입술도 오물거려 봤는데 내가 생각해 낸 것이라고는 고작

- 알.마.니. (예전 개그프로에서 얼마니, 구짜.. 하고 말하던 데서 힌트를 얻은...) - 하나였다.

이것도 엄연히 말하면 이름(브랜드명)이니 어쩌면 완전히 맞는 답은 아닐 수도 있겠다. 


답답한 마음에 chat GPT를 열어서 물어봤다.

"ㅇㅁㄴ 초성으로 단어 만들어줘"

이상한 답이 나온다.

아차! Chat GPT 한국어 모르지...


다시 초록창에 같은 질문을 던져봤다. 

국어사전에 ㅇㅁㄴ로 된 단어는 23개가 있다고 한다.

'알미늄', '억만년' 같이 아하! 하고 무릎을 치는 단어도 있고 

'언마는', '우물눈' 같은 생소한 단어도 있다.

(당연히 '알마니'는 없다. 하하하 ;;;)


참 좋은 세상이다. 무언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바로바로 찾아서 답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나도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한편으로는 생각하고 고민할 기회가 사라져 아쉽기도 하다. 예전에는 어떤 화두가 던져졌을 때, "내가 맞다", "니가 맞다", "내기할래?" 등 시답지 않은 주제로도 이야기가 꽤나 이어졌다. 특히 나는 언니들과 그런 경우가 많았다. 정답을 찾기 위해 집에 있는 두껍고 까만 백과사전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부모님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에게 눈을 부라리며 누가 맞냐고 물어보기도 여러 번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냥 스마트폰에 키보드 몇 글자 두드리거나 혹은 그냥 마이크 버튼을 꾹 누르고 말로 물어보면 답이 나와버린다. 그것도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백과사전을 순식간에 찾아볼 수 있다.

세 자매 중 막내인 나는 세 살 터울 작은 언니와 매일같이 투닥거렸다. 돌아보면 그리운 순간이다. 


사람들은 같은 상황을 보고도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분명 같은 것을 듣고도 다르게 해석한다. 어릴 때는 나에게 '틀렸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싫었고, 내가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맞섰다. 이제는 (예전에 비하면) 그냥저냥 넘어갈 때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건 그냥 내 생각이고 아직도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표정이 전혀 감춰지지 않는다고 얘기해 주곤 한다. 맞고 틀린 것이 아니라 그냥 '다른 것'이라고 이제는 머리로는 아는데 가슴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나 보다. 


조금씩이라도 어제보다 넉넉한 사람이 되어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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