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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날, 세상 곳곳에서 일곱 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아침 안개가 자욱했던 도시.
빗방울이 퍼붓던 해안 마을.
개 짖는 소리에 깨어난 시골 병원.
대도시의 병실 창문 너머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누군가는 태어나자마자 울었고, 누군가는 조용히 잠든 채 품에 안겼다.
어떤 아이는 기록조차 없이 세상에 왔고, 어떤 아이는 환호 속에 이름을 얻었다.
그 날은 특별하지 않았다. 신문에도, 뉴스에도 오르지 않았다.
계절은 바뀌고 시간은 흘러갔다.
아이들은 태어난 곳에서 그곳의 언어와 삶을 배우며 자라났다.
어떤 아이는 전쟁의 잔해 속에서, 어떤 아이는 풍요와 과잉의 도심 속에서, 또 다른 아이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작은 마을에서.
세상은 아이들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쳤다.
때로는 속이고, 때로는 외면하고.
그렇게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2-1.
서울 외곽의 좁은 반지하 방.
겨울바람은 창문 틈을 파고들었고, 아이는 매일 점심시간을 기다렸다. 학교 급식이 그날의 첫 끼였기 때문이다. 그 아이의 이름은 지민이다.
지민은 늘 무언가를 참고 견디는 법을 먼저 배웠다. 방 안은 눅눅했고, 가끔은 곰팡이 냄새가 밥 냄새보다 진했다.
엄마는 아침 일찍 일터로 나갔고, 아버지는 지민이 두 살 때 집을 나간 이후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다.
“남자는 울면 안 돼.”
지민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그 말은 위로가 아니라, 견디라는 명령이었다.
2-2.
중동의 폐허가 된 마을.
흙먼지와 잿빛 연기가 하늘을 덮고 있다.
열두 살 소년 나딤은 형의 낡은 샌들을 신고, 그날도 식량 배급소로 향했다.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옆, 그는 길을 돌아가야 했다.
어제까지 함께 있던 친구 하나가 오늘 아침 시신으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는 묻지 않았다. 울지도 않았다. 익숙했다.
나딤은 매일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굶지 않는 법,
발각되지 않는 법,
적을 먼저 알아보는 법.
그에게 ‘사는 것’은 숨 쉬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2-3.
파리 7구의 고풍스러운 아파트.
유리 샹들리에가 반짝이는 응접실에서 소피아는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정찬을 마쳤다.
그날 저녁, 그녀는 자신의 생일 케이크를 셰프의 손에서 받아 들었다.
촛불을 불었지만, 소원은 떠오르지 않았다.
사진기 셔터 소리, 건배하는 부모의 미소, 고요한 방의 거울 속에 그녀는 단 한 번도 웃지 않았다.
“너는 가진 게 많잖아.”
어릴 적부터 들었던 말이었다.
소피아는 단 한 번도 무엇을 원해본 적이 없었다.
모든 게 갖춰진 세계에서, 그녀는 아무것도 갈망하지 않았다.
2-4.
중남미의 무더운 뒷골목.
밤에도 총성이 멈추지 않는 도시.
디에고는 늘 귀를 기울이며 잠들었다.
어디서 쏘는지, 몇 발인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지.
그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열 살이던 해, 아버지가 실종되었고 열한 살이던 해, 형이 갱단에 들어갔다.
속는 놈이 바보라는 것, 때릴 수 있으면 먼저 치라는 것, 그리고 배신은 늘 가까운 사람에게서 시작된다는 것.
디에고는 웃지 않았다. 믿지도 않았다. 누구와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2-5.
미국 매사추세츠의 한 연구소 기숙사.
외벽엔 담쟁이덩굴이 무성했고, 건물 안은 언제나 조용했다.
케빈은 그곳에서 태어났다. 정확히 말하면, 거기서 자랐고, 거의 혼자였다.
IQ 187.
세 살에 원자모형을 그렸고, 다섯 살에 수열의 규칙을 스스로 증명했다. 교수들은 그를 “기적”이라고 불렀다.
그는 사람들의 말보다 수식이 더 논리적이라 여겼다.
누군가 울면, “왜 눈물이 나지? 고장 난 걸까?” 질문하고, 누군가 웃으면, “입꼬리가 27도 올라갔군. 이것은 기쁨의 표현이다.” 라고 분석했다.
케빈에게 세상은 이해의 대상이었고, 사람은 예측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2-6.
중국 후난성의 한 공장지대 마을.
회색 먼지로 가득한 하늘 아래, 아침 6시, 린은 줄지어 걷는 아이들 틈에 섞여 있었다.
등굣길엔 늘 교가가 울렸고, 교실 벽엔 “국가를 위해, 가문을 위해”라는 붉은 표어가 걸려 있었다.
“1등이 아니면 가치 없다.”
그 말은 선생님만이 아니라, 엄마도 반복했다.
아버지는 먼 도시로 떠난 지 오래였다.
린은 매일 수십 장의 시험지를 풀어야 했다. 성적표의 숫자가 곧 존재의 의미였고, 질문보다 복종이, 감정보다 침묵이 중요했다.
그러나 그녀는 가끔, 책상 아래 접은 종이에 이름도 없는 시를 써내려갔다.
2-7.
사헬 지대의 한 마을.
붉은 흙먼지와 바람 속에 마리사는 매일 새벽 우물을 향해 걸었다.
물동이를 이고 걷는 동안, 그녀는 늘 “네가 할 일은 순종뿐”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열세 살, 결혼 얘기가 오갔고, 학교는 지난 해 그만두었다.
오빠들은 마을 회의에 참여했고, 마리사는 부엌에서 할머니를 도왔다.
그녀는 말이 많았다. 무언가 묻고 싶어 했고,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집안에서 그녀는 ‘기이한 아이’로 불렸고, 아버지는 그녀가 말을 많이 할수록 더 엄하게 대했다.
“여자는 조용해야 해.”
그 말은 법처럼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