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엄마는 내가 사랑하는 것을 알기나 할까?
나는 우리 집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싫다.
언젠가 벽지를 수리(A/S) 해주러 온 덜떨어진 아저씨가 우리 집을 방문한 뒤부터이다.
일하러 왔으면 자기 일이나 성실하게 해야지 왜 그리 말이 많은지. 그는 일보다 입이 더 바빴다.
“고양이가 너무 귀엽고 예뻐요!” 시작은 아주 근사했다.
“족보 있는 고양인가 봐요?” 어디 족보 없는 고양이도 있나!
그리고는 ‘전설 따라 삼천리’에서나 나올 법한 말들을 쏟아부었다.
“고양이는 영물이라서 자기에게 조금만 잘못해도 보복을 한 대요!
뱀을 잡아다 간장 항아리나 된장 항아리에 넣기도 하고, 썩은 동물을 이불 속에 가져다 놓기도 하고.”
미친 소리였다.
“징그러운 뱀은 왜 잡아! 더럽게 죽은 동물을 물고 다닌다고? 어떤 멍청한 고양이가 냄새나고 더러운 동물 사체를 물고 다니겠나, 이 멍청한 인간아.”
그는 내 고함치는 의미를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 떠들어 댔다.
“고양이를 버릴 때는 밖이 보이지 않게 하고 수십 리 밖에다 버려야지 용케도 다시 찾아온다네요.”
왜 할아버지는 그런 시답지 않은 소리를 듣고도 제재할 생각을 않는지 야속했다.
너무 화가 치밀어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 사람 얼굴을 확 긁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꾹 참았다.
내 성깔대로 일을 저지르면 할아버지가 나로 인하여 얼마나 큰 곤욕을 겪을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아기에게 해고치 않도록 잘 감시해야 해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우리 은비는 그런 애가 아니에요.”
듣고만 있던 할아버지가 드디어 버럭 화를 냈다.
할아버지는 더는 상대하기 싫었는지 장남을 안고 서재로 들어가셨다.
나를 한 가족으로 인정해 주시는 할아버지가 정말 고마웠다.
그날 이후 손님이 방문하는 날이면 나는 저들과 눈이 마주치기 전에 재빨리 소파 뒤로 숨어버렸다.
우리 집 식구들은 거실에서 말하는 모든 대화를 내가 듣고 있을 거라고 상상하겠지만, 아니다.
나는 되도록 두 귀를 막고 소음 같은 대화는 아예 듣지 않는다.
그보다는 할아버지의 자장가, 꾀꼬리 같은 할머니가 부르는 찬송가, 퇴근하며 들어서는 엄마 아빠의 구둣발 소리, 집안 식구들이 함께 웃는 웃음소리 등 귀한 것만 골라 듣는다.
특히 나는 100m 밖에서 들리는 엄마의 발소리도 정확하게 알아차린다. 엄마 발소리가 나면 나는 습관처럼 역으로 숫자를 셌다.
99, 98---어김없이 1에서 5 사이에 엄마는 우리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정말 신기했다.
내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우리 엄마는 알기나 할까?
요즈음 내게 대하는 것을 보면 영 아닌 것 같다.
남들은 내리사랑이라며 사랑을 내려주느라 정신이 없는데 나는 언제부터인가 치사랑을 한다.
그런데도 나는 엄마가 좋다.
올려만 주고 내려받지 못해도 나는 엄마를 처음처럼 한결같이 사랑한다.
때로는 치사하고 아니꼬워 그만둘까 생각도 했지만, 생각일 뿐 몸과 마음은 어느 사이 사랑으로 치닫는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 우리 집 장남, 모두 모두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