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털갈이의 비애
나는 요즈음 한참 털갈이 중이다
예년 같으면 7월이나 되어야 시작하는데 올해는 유독 더위가 빨리와 5월에 들자마자 묵은 털이 빠지기 시작했다.
우리 식구 중 유일하게 자랑거리인 내 털. 나는 틈만 나면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손질한다.
엄마 아빠가 목욕을 시켜주지 않았다면 내 털은 어두움 속에서도 빛이 났을 것이다.
그 귀한 내 자존심이 이렇게도 혐오스럽고 가치 없이 평가받을 줄이야 뉘라서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이렇게 된 것은 다 우리 집 장남 탓이다
이제 겨우 7개월째 접어든 어린 것이라 온 거실과 방을 기어 다니며 손에 묻은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입으로 들어갔다.
안타깝게도 제법 많은 내 털이 그 입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털을 갈기 위해 열심히 온몸을 털고 다녔는데 그것이 더 큰 문제로 다가왔다.
수시로 밀대로 밀고 스카치테이프로 훔쳐내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끝내 폭발하고 만 것이다.
결국,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나에 대한 사랑이 저주로 바뀌기 시작했다
때로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말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저 고양이를 도대체 어찌한단 말이오
죽일 수도 없고 살릴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고---!!”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하루만 청소하지 않으면 내 털이 온천지를 뒤덮었다.
내 작은 몸에 그리도 많은 털이 있었던가!
하지만 두 노인네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조금만 참으면 털갈이가 끝날 것인데---
결국, 청소하다 지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어느 날 아빠와 엄마를 꿇어 앉혔다.
당장 대책을 내놓으라고 했다.
아무 대안이 없자 명석한 우리 할머니가 대안을 내놓았다.
다른 사람에게 입양시키라고 했다.
아빠가 바로 반기를 들고 나왔다
“갓난아이일 때부터 키워온 피붙이 같은 애라고요. 절대로 남에게 보낼 수 없습니다.”
눈물이 났다.
아빠의 진실한 사랑이 내 마음에 전달되어 뜨거운 용광로같이 일렁이다가 눈물이 되어 가슴을 타고 흘렀다.
엄마는 아무 말도 없이 애꿎은 바다만 내려다보았다.
시부모이기 때문에 속에 있는 말을 차마 다 하지 못하는 게 틀림없었다
말씀 중간에 ‘죄송해요’라는 말만 영혼 없는 녹음기처럼 되뇌었다.
그런 엄마의 마음이 시리고 아파 내가 더 견디기가 힘들었다.
엄마가 긴 침묵을 깨고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저희가 은비를 잘 키울 수 있는 사람이 있나 찾아볼게요!”
이건 도무지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화를 내야 하는 건지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아 머리가 멍멍할 뿐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 엄마가 나를 포기하겠다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털갈이 끝날 때까지 조금만 더 버티면 되는 것을 그저 야속한 마음에 눈물이 복받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