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스

당신과 나의 건강한 거리감

by Alice asuk

내가 이 그림을 유독 좋아했던 이유는

나와 당신이 각기 다른 크기와 색깔로 일정 거리를 두고 지금의 위치에서 선명하게 빛을 내주며 서로를 빛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였다.

본래 검정 바탕 위에서는 노랑이 가장 빛을 내기 마련인데 파랑도 진분홍도 녹색도 누구 하나 소외됨 없이 예쁘게 빛나고 있기 때문에 아름다웠고 풍요롭고 여유로워 보였다.

빨강이 녹색을 따라 하고 진분홍이 노랑을 따라 하고 작은 녹색이 큰 녹색을 쫓기 시작하면

어느새 전부 검정 암흑이 뒤덮여 버리고 말 거다.

나를 사랑한다면 다른 이의 색이 아무리 화려하고 좋아 보일지언정 내 것을 다 낡은 것 후진 것으로 내던져 버리고 무조건 좇는 어리석은 짓을 당장 멈춰야 한다.

타고나기를 오색빛깔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도 있고 투명함으로 태어나서 그 투명함을 영원히 가져갈 수 있는 행운의 삶도 있다.

내가 오색빛이 아니라고 해서 내가 투명하지 않다고 해서 나의 본연의 색을 탐색하지도 않고는 남의 색만 무섭게 먹어치우는 포식자의 내면은 칠흑보다 더 검게 매워질 것을 알기에

그저 안타깝다 여기며 나는 내 자리에서 굳건히 때로 빛의 굴절을 즐기며 오색찬란할 거다.

타인의 시선 타인의 바람이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더 굳건히 거리를 두기를 마음먹는다. 늘 반복되는 루틴을 끊고 내가 얻은 것이 있다면 그것만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정돈할 것은 정돈해야 한다.

나 좋자고 나 살자고 사는 인생이다.

참을 인이 너무 길어지면 누군가는 사지로 간다.


#거리두기 #쿠사마야오이 #유니버스 #kusamaya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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