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여성성장기-나 사용설명서 2부 03
P여사는 도서관에서 시간 보내는 것을 찜질방 사우나에서 쉬는 것보다 좋아했습니다. 도서관만 가면 편안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 같아 마음이 벅찼습니다. 그렇게 도서관을 좋아하고 책을 빌려 읽다 보니 어느새 작가가 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길을 만들면 어느새 전문가가 됩니다. 시작은 보잘것 없는 것 같지만 반복하는 행동에 길이 생깁니다.
빈 둥지의 적막을 피해 도서관으로 도망치다
막내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던 해 3월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아이 뒷바라지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는 해방감은 아주 잠시뿐이었습니다. 아침 9시, 남편도 출근하고 아이들도 학교로 떠난 텅 빈 집안에 덩그러니 남겨졌을 때 저를 덮친 것은 거대한 적막이었습니다.
늘 전쟁터 같았던 거실이 너무 깨끗해서 낯설었고, 누구 하나 엄마 양말 어딨어라고 묻지 않는 고요함이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평생을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라는 이름으로 내 시간을 저당 잡혀 살았는데, 막상 그 저당 잡힌 시간이 모두 내 것이 되자 당혹스러웠습니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 내 쓸모는 다한 것일까.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 채널만 돌리다 보니 우울감이 곰팡이처럼 피어올랐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무작정 집을 나섰습니다. 딱히 갈 곳도, 만나줄 친구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정처 없이 걷다 발길이 멈춘 곳은 동네 구립 도서관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나 오던 곳이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아이들 손을 잡고 어린이 열람실을 기웃거리거나, 아이가 수업을 마칠 때까지 신문이나 잡지를 들여다보던 엄마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대학생이 된 지금, 저는 보호자가 아닌 이용자로 도서관 문을 열었습니다.
3층 종합 자료실 구석, 창가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앉았습니다. 사방을 둘러싼 책 냄새와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가 묘한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아무도 나에게 밥을 달라거나 청소를 하라고 요구하지 않는 완벽한 타인의 공간. 그날부터 도서관은 저의 새로운 도피처이자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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