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을 여는 열쇠,나의 명함을 만들다

중년여성 성장기-나 사용설명서 3부 01

by 지식농부

사라진 내 이름을 찾아서


어느 날 지갑을 정리하다가 주민등록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박경옥. 그 세 글자가 참으로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지난 30년 가까이 저는 제 이름보다 다른 호칭으로 불리는 것에 훨씬 더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누구 엄마, 누구 아내, 혹은 00호 사모님. 제 이름은 늘 누군가의 뒤에 붙어있는 부속품 같았습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 호칭들은 저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보호막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제 존재를 지워버리는 지우개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엄마라는 역할이 주는 무게감과 책임감이 곧 제 인생의 전부라고 믿었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들이 대학을 가고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버린 뒤, 그리고 평생의 기둥이라 믿었던 남편마저 정년퇴직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저는 거대한 공허함과 마주했습니다.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시간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았지만, 사회적인 증명서로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경력 단절 여성이라는 건조한 행정 용어만이 텅 빈 제 이력서를 채우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남편은 은퇴 후 명함을 잃어버리고 방황했지만, 저는 애초에 잃어버릴 명함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 내 인생의 남은 페이지는 어떤 이름으로 채워야 하는가. 그 질문 앞에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이제는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박경옥이라는 고유명사로 세상에 다시 서겠노라고 말입니다.


우연한 한마디가 불지핀 브랜드의 시작


하지만 막상 제 이름을 건 명함을 만들려고 보니 막막했습니다. 젊은 시절 잠깐 학습지 교사로 일했던 경력은 너무 오래전 일입니다. 스페인, 네덜란드에서 살며 겪었던 주재원 아내로서 겪었던 경험도 그저 추억담에 불과했습니다. 특별한 기술도, 내세울 만한 자격증도 없는 50대 아줌마가 도대체 무엇을 브랜드로 내세울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그때 제 인생을 바꾼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남편의 퇴직 후 달라진 일상과 그로 인한 갈등, 그리고 화해의 과정을 글로 적어 블로그에 연재하기 시작했을 때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한 창구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그 글들이 차곡차곡 쌓이자 누군가가 제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박경옥샘, 선생님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도 되겠어요. 정말 공감이 많이 가네요." 유튜브 동영상 만들기 강의를 듣던 중 강사님이 던진 그 한마디가 제 가슴에 불을 질렀습니다. 내 이야기가 책이 된다고. 나의 평범하고 지질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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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편이 퇴직했습니다> 작가. OK지식나눔연구소 소장, 은퇴, 퇴직강사. 분노조절강사, 꽃차강사 중년 여성의 건강, 경제 자립, 정신적 자유를 찾는 여정을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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