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여성 성장기-나 사용설명서 3부 04
부동산 불패 신화가 내게 남긴 상처
남편이 퇴직금이라는 목돈을 쥐게 되었을 때,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이것이 우리 부부의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니 단 1원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는 강박이 저를 짓눌렀습니다. 은행 금리는 바닥을 기는데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시대. 주변에서는 지금이라도 투자를 해야 한다고, 결국 대한민국에서 믿을 건 부동산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귀가 얇은 저는 그 말에 솔깃했습니다. 노후 자금을 불려보겠다는 일념으로 덜컥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낡은 아파트가 새 아파트가 되면 자산이 두 배, 세 배가 될 거라는 장밋빛 전망만 보였습니다. 남들도 다 그렇게 돈을 번다고 하니 저라고 못 할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제 예상과 달랐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그날부터 저의 지옥이 시작되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수시로 바뀌었고, 그때마다 집값은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재건축 진행 상황은 더디기만 했습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친구를 만나면서도 온통 스마트폰으로 부동산 뉴스를 검색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호가가 조금이라도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리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밤새 부동산 커뮤니티를 들락거리며 불안을 키웠습니다. 몸은 편한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마음은 늘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었습니다. 돈을 불리겠다고 시작한 일이 오히려 제 일상을 파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느 날 새벽, 잠든 남편의 얼굴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노후에 편안하게 살려고 돈을 모으는 건데, 지금 나는 돈 때문에 오늘을 저당 잡혀 살고 있구나. 나중에 부자가 되면 뭐 하나. 지금 내 속이 이렇게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는데.
그 깨달음 끝에 저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주변에서는 지금 팔면 손해다, 조금만 더 버티면 대박이 난다며 말렸지만 저는 과감하게 그 아파트를 처분했습니다.
통장에 찍힌 돈은 기대했던 대박 수익에는 한참 못 미쳤습니다. 하지만 등기 권리증을 넘기고 돌아서는 순간, 저는 날아갈 듯한 해방감을 맛보았습니다.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속이 시원했습니다. 저는 그때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을 샀습니다. 바로 마음의 평화였습니다.
부자가 되는 것보다 가난해지지 않는 것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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