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여성 성장기-나 사용설명서 4부 02
거실을 점령한 남편
남편의 정년퇴직이 확정되었을 때, 주변 선배들은 제게 우스갯소리처럼 경고했습니다. 이제 삼식이(하루 세끼 밥을 챙겨줘야 하는 남편)와의 전쟁이 시작되겠네. 그때는 웃어넘겼지만, 막상 닥쳐보니 그것은 농담이 아니라 생존이 걸린 현실이었습니다.
30년 넘게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늦게 들어오던 남편이었습니다. 집은 저만의 영토였고, 낮 시간은 온전히 저의 자유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질서가 하루아침에 무너졌습니다. 눈을 뜨면 거실 소파에는 늘 남편이 누워 있었고, 텔레비전 소리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유튜브에선 흘러간 50년대 60년대 구슬픈 노래가 나올 때는 내 귀를 틀어 막고 싶었습니다. 또한 제가 부엌에 가면 부엌 쪽을 쳐다보고, 안방에 들어가면 문을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여보, 점심은 뭐 먹을거야?"
"여보, 어디 가? 언제 와?"
이 사소한 질문들이 제 목을 조여왔습니다. 저는 작가이자 강사로서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는데, 남편은 저를 24시간 대기 중인 비서나 요리사로 여기는 듯했습니다. 숨이 막혔습니다. 남편이 미운 게 아니라, 나만의 시공간이 사라졌다는 상실감이 저를 짓눌렀습니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24시간 붙어 있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고문이었습니다.
우리에겐 휴전선이 필요하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