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여성 성장기-나 사용설명서 4부 04
북적이는 삶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
저는 관계에 목매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북적이는 삶에 너무 오래 익숙해져 있었을 뿐입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30년, 제 주변은 늘 사람의 온기로 가득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결혼해서는 퇴근하는 남편의 발자국 소리가, 아이들이 자랄 때는 온 집안을 울리는 시끌벅적한 소음이 제 일상의 배경음악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이 오십이 넘도록 ‘혼자’라는 상태가 참 낯설었습니다. 특히 저녁 식사 시간이 그랬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둘러앉아 찌개 하나를 놓고 숟가락을 부딪쳐야 비로소 하루가 완성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어쩌다 가족들이 모두 늦어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날이면, 식탁을 감도는 고요함이 견디기 힘들 만큼 허전했습니다. 간단하게 반찬통에 든 음식을 먹거나, 라면 하나 끓여 냄비째 먹어치우곤 했습니다. 마치 혼자 밥 먹는 처량한 모습을 들키면 안 되는 사람처럼 말이지요.
아이들이 대학을 가고 품을 떠났을 때, 그리고 남편이 퇴직하고 돌아와 한 공간에 있어도 각자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을 때, 집안을 채우는 이 거대한 정적이 저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분명 잘 살고 있는데, 가끔 주말 오후 텅 빈 거실에 앉아 있으면 문득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쌩뚱맞은 외로움이 밀려와 가슴이 서늘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괜히 익숙한 온기를 찾아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리거나, 남편에게 괜한 투정을 부리며 이 낯선 허전함을 채우려 애썼습니다.
외로움과 고독을 구분하기 시작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거울 속에 비친 제 얼굴을 보았습니다.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제 표정이 너무나 궁색해 보였습니다. 나이 오십이 넘어서까지 내 기분을 남에게 의존하며 일희일비하는 삶이 처연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때 책에서 읽은 문장 하나가 가슴에 박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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