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지 않아도 되었던 아이: 존재의 부정에서 긍정으로

중년여성 성장기- 자서전 1부 1장

by 지식농부

P여사, 탄생을 부정당한 말을 들은 어린 시절을 지나, 스스로를 긍정하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시린 동짓날의 이방인

1964년의 겨울밤은 차갑고 시렸을 것입니다. 해가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깊다는 동짓날 저녁, 경남 00의 작은 마을에서는 축복보다는 당혹감 섞인 한숨 속에 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 아이가 바로 저입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 아이가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면 흔히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농담같지 않은 농담을 던지곤 합니다. 하지만 제 귀에 박힌 말은 그보다 훨씬 날카롭고 시린 것이었습니다. 누군가 무심하게 던진 그 말, "막내는 진차이 낳았어"라는 말입니다.


'진차이'라는 경상도 사투리는 참으로 묘한 무게를 지니고 있습니다. 표준어로는 '공연히', '괜히', '쓸데없이'라는 뜻으로 풀이되지만, 그 속에는 "굳이 필요 없는데 하나가 덤으로 있다", "가진 것을 후회한다"는 서늘한 부정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제가 그 말을 국민학교 몇 학년 때 처음 들었는지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 말을 듣던 순간 가슴을 짓누르던 그 기분만큼은 몸의 세포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제 존재 자체가 통째로 부정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시골에서 '진차이'라는 단어가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지 몸으로 알고 있었기에, 어린 저는 제 삶이 가족에게 실속 없는 덤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깊이 좌절하곤 했습니다.


어머니의 당혹스러운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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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편이 퇴직했습니다> 작가. OK지식나눔연구소 소장, 은퇴, 퇴직강사. 분노조절강사, 꽃차강사 중년 여성의 건강, 경제 자립, 정신적 자유를 찾는 여정을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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