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달착륙,서울과 시골의 문화차이

중년여성 성장기- 자서전1부4장

by 지식농부

자서전을 쓰면 자서전 자료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쪽으로 관심이 커집니다. 벼룩시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1969년 가계부에서 내 또래 여자 아이의 다른 세계를 보고 충격이 컸습니다. 5살의 나는 시골에서 삼베옷을 입고 검정 고무신을 신고 살았는데, 서울 아이는 백화점에서 원피스를 사입고 치과에서 치료받는 전혀 다른 세계가 있었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희미한 기억을 대체하는 선명한 잉크 자국


우리의 뇌는 참으로 간사합니다. 지나간 시간을 제멋대로 편집하고, 아픈 기억은 무의식 저편으로 밀어 넣으며, 때로는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을 사실처럼 믿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서전을 쓸 때 오직 자신의 '기억'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기억은 안개와 같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형체가 흐릿해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렇다면 흐릿해진 과거를 어떻게 객관적인 역사로 복원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 답을 아주 우연한 기회에, 낯선 타인의 기록 속에서 발견했습니다.


제가 '자기 역사 쓰기'에 깊이 몰두하기 시작했던 2020년 무렵의 일입니다. 자료를 찾기 위해 서울 풍물시장의 헌책방 골목을 뒤지던 중, 먼지 쌓인 책더미 속에서 낡은 대학 노트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누렇게 바랜 종이를 넘겨보니, 그것은 누군가가 꼼꼼하게 기록한 '1969년 가계부'였습니다.


1969년. 인류가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첫발을 내딛던 그해, 저는 경남 고성 시골 마을에서 다섯 살배기 코흘리개로 살고 있었습니다. 제 기억 속의 1969년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호롱불 밑에서 저녁을 먹고, 검정 고무신을 신고 흙마당을 뛰어다니던 흑백사진 같은 풍경입니다. 그런데 5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제 손에 들어온 서울의 가계부는 저에게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살았던 세상과 동시간대에 존재했으나, 전혀 다른 공기가 흐르던 '평행세계'의 기록이었습니다.


콩나물 값 20원 속에 숨겨진 시대의 초상


가계부의 주인은 서울에 사는 대학 강사였고, 그녀에게는 저와 같은 해인 1964년에 태어난 딸이 있었습니다. 저는 떨리는 손으로 펜글씨로 눌러쓴 그 기록들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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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편이 퇴직했습니다> 작가. OK지식나눔연구소 소장, 은퇴, 퇴직강사. 분노조절강사, 꽃차강사 중년 여성의 건강, 경제 자립, 정신적 자유를 찾는 여정을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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