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 신문지 벽지: 읽는 본능이 만든 작가 씨앗

중년여성성장기-자서전1부6장

by 지식농부

나는 언제부터 어떻게 글을 좋아하게 되었나 자서전을 쓰면서 비로소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아무도 나에게 글을 읽어라 가르쳐 주지는 않았지만 국민학교 들어가서 글을 알게 된 후 습관적으로 한 행동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자서전은 내가 좋아하는 부분에 대한 이유와 근원을 떠올리게 합니다. 오늘 박경옥 작가를 있게 한 어린 시절로 같이 가 보실까요?

거꾸로 매달린 세상, 나의 첫 도서관이 된 신문지 벽지


자서전을 쓰기 위해 기억의 책장을 넘기다 보니 선명하게 떠오르는 감각이 있습니다. 소죽을 끓일때 나는 콩깍지 냄새, 풀과 대변을 모아 만든 거름덩이 냄새, 그리고 손끝에 닿던 거친 종이의 질감입니다. 경남 고성의 가난했던 시골집, 제 방은 꽃무늬 벽지 대신 누런 신문지가 사방을 덮고 있었습니다. 농민신문부터 이름 모를 일간지들이 글자 배열이나 방향에 상관없이 덕지덕지 발라져 있던 그 좁은 방이 저의 첫 도서관이자 세상으로 향하는 창문이었습니다.


국민학교 시절, 저는 작은 골방에 누우면 천장과 벽면에 거꾸로 붙은 글자를 읽었습니다. 어제 나온 소식인지, 몇 달 전의 낡은 기록인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활자가 보이면 일단 읽어치워야 직성이 풀리는 지독한 문자 중독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거꾸로 된 글자를 읽기 위해 고개를 비틀고, 여러번 읽어 내용을 다 외워버린 기사를 또다시 정독하며 저는 활자가 주는 기묘한 평온함에 빠져들었습니다. 활자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어두운 시골 방에서 저를 이름 모를 먼 곳으로 데려다주는 유일한 마법의 양탄자였습니다.


가장 비천한 곳에서 길어 올린 지적 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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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편이 퇴직했습니다> 작가. OK지식나눔연구소 소장, 은퇴, 퇴직강사. 분노조절강사, 꽃차강사 중년 여성의 건강, 경제 자립, 정신적 자유를 찾는 여정을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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