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용수 문제는 근본적으로 비상식적 수도권 집중이 원인
최근 신문에서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할 전력과 용수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근본적인 문제는 잘 안 건드는 것 같다.
바로 수도권에 원래 전력과 용수가 부족한데 수도권 규제법 취지를 망각하고 허가해 준 정부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전력의 경우에는 전력 자급률을 제외하고도 변전 용량 자체가 수도권 상당수가 매우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지방 대도시도 전력 자급률은 작은 경우도 많지만 공급에 필요한 변전 용량 자체는 대체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자급률은 그렇다 쳐도 전철용 지하 변전소나 데이터센터마저 반발 여론이 있는 마당에 어떻게 수도권에 발전소는커녕 변전시설마저 제대로 지을지 의문이다.
용수의 경우에도 사실상 수도권에 대형 다목적댐을 건설할만한 장소는 거의 없다.
그러면 지방에서 용수와 전력을 끌어와야 된다는 소리다.
지방 대도시의 경우 용수도 대체로 수도권보다 저렴하고 공급이 용이한 편이며 아예 대전이나 청주에 걸쳐 있는 대청댐처럼 대도시 안에 초대형 다목적댐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자기 동네에 별 영양가도 없는 용인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위해 송전탑과 발전시설, 댐을 짓겠다는데 상식적으로 지방사람들이 동의하겠는가?
안전이나 환경 문제는 기준을 지키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아무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자기네 동네에 송전탑이나 댐이 생기면 기분이 좋겠는가?
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결국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목적에 역행하는 것이고, 정부가 원칙적으로는 법적으로 불가한 수도권 제조공장 설립을 허가해 준 것이다.
이것부터가 지방이 화낼 일인데 또 전력과 물을 내달라니.... 과인 본인이면 동의를 할지?
그리고 인재니 뭐니 이미 수도권 남부에 이미 반도체 클러스터가 있으니 수도권 집중을 정당화하는 의견이 많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보자... TSMC를 이기자고 소리를 하는데 그 TSMC는 이렇게 한국처럼 집중되어 있나?
대만 본토 내 반도체 클러스터는 타이베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닌 타이베이-타오위안-신주-타이중-타이난-가오슝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로 치면 경부축으로 길게 클러스터화가 되어 있다.
TSMC만 해도 본사인 신주뿐만 아니라 타이중, 타이난, 가오슝에 반도체 팹을 두고 있으며, 심지어 반도체 패키징 세계 1위 기업인 ASE는 한국 부산 격인 가오슝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이미 도쿄나 오사카에서 멀리 떨어진 구마모토에 TSMC 팹이 생긴다는 것은 이미 유명하고, 미국계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은 히로시마에 메모리 팹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국 일본계 기업들의 경우에도 키오시아는 미에현에 주력 팹을 보유하고 있고 대도시권이 아닌 이와테에 최신 팹을 짓고 있으며, 르네사스도 이바라키에 팹이 있다.
게다가 세계 4대 반도체 장비 기업으로 유명한 도쿄일렉트론은 구마모토에 생산 시설을 두고 있으며, 소니도 센서 팹을 구마모토에 두고 있다.
미쓰비시전기도 후쿠오카에 전력 반도체 팹을 2025년까지 건설 예정이며 라피더스도 2 나노 최첨단 공정 팹을 홋카이도에 건설할 예정이다.
그런데도 한국 기업은 인재 타령을 되내기면서 수도권에 지어달라고 타령하고 그걸 정부는 또 들어준다.
이런 타령을 들어주고 팹 건설에 대한 갈등과 비용, 시간이 더 들게 됨으로 결국 오히려 속도전을 벌이는 TSMC와 격차는 더 커지고 우리보다 뒤처진 일본과의 격차가 좁혀질 위험이 있다.
또 인재타령을 하기에는 사실 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세계구급 고급인력이 쏟아져 나오는 KAIST나 포스텍 같은 과학기술 특화 대학 말고도 이미 지방거점국립대(지거국)이나 금오공대 등 주요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캠퍼스 리쿠르팅을 진행해 반도체 관련 인력을 수급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대학 보는 눈이 높아서 그렇지 세계 대학 랭킹이나 학술순위를 보면 한국 주요 지방 국립대 학술 역량도 그다지 낮은 편이 아니다.
설사 인재들이 안 온다고 하지만 지방에 이미 수많은 국책 연구소와 기술 관련 공기업들이 지속해서 이전했고, 그때도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전의 대덕연구단지나 포항, 창원처럼 사례처럼 괄목한만한 R&D 성과를 일궈냈다.
애초에 세계최초 4M DRAM 개발을 성공한 곳이 바로 대전 대덕연구단지의 전자통신연구원이다…
무엇보다 지방이 요구하는 것은 주로 R&D센터보다는 제조시설인 팹이다…
물론 제조도 기술집약이지만 위 해외 사례를 보면 굳이 지방에 못 지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국가적 대의를 위해 지방이 희생해 줄 것이라는 정부나 언론의 순진한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지방에 혜택도 별로 안 주고 어쩌다가 교부금으로 줄 세우기 하고 각종 지역 사업을 예비타당성이라는 이름으로 컷 시키는데 누가 전기와 물을 주고 싶을까...
물론 허허벌판에 팹을 만들어야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산학연과 기본 이상의 인프라가 있는 지방 대도시마저 반도체 팹을 안 짓겠다는 건 그냥 수도권만 집중 몰아주겠다는 이야기 밖에 안 들린다.
심지어 이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충청권에 이미 국가산단 후보지가 있음에도 용인을 선택했다.
충청권에는 이미 대덕연구단지 내에 전자통신연구원, KAIST, 나노종합기술원, LX세미콘이 있는 대전, SK하이닉스 팹과 메그나칩이 있는 청주, 삼성전자 팹과 삼성세메스가 있는 천안과 아산이 있다.
그런데 이미 클러스터가 있는 충청권마저 대규모 신규 팹 건립에서 배제하면 그냥 지방은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는 꿈도 꾸지 말라는 이야기 밖에 안 들린다.
정말 급하면 지방 말고 차라리 수도권 남양만에 원전과 LNG발전소를 도배하고 용인 곳곳을 저수지로 도배하면 된다.
그건 할 용기가 안 나는가? 수도권은 국가적 대의를 위해 그 정도 희생할 용기가 지방과 달리 없는 건가?
정부가 반도체는 국가적 총력전라고 하면서… 정작 그 정도 요구도 제대로 못할 거면서… 왜 포화상태인 수도권에 팹 건설을 허가해 준 건지 전혀 이해가 안 간다…
제대로 된 당근도 안 주고 물과 전기를 요구하는 정부나 서울 언론들도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건 이기주의가 아니라 당연한 주장이다.
지방에 팹을 지어줄 것 아니면 용수와 전력은 수도권에서 해결하는 게 당연한 이치다.
해결하지 못하면 지방에 그만큼 반대급부를 약속해야 한다.
애초에 팹을 지방에다가 만들면 쉽고 빠르게 갈등 거의 없이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 보면 또 지방 희생하는 이야기 같은데 국가는 전체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특정 지역 국민을 위해 있는 곳이 아니다.
희생이 아예 없을 수는 없지만 도를 넘는 희생은 반발을 불러온다.
참고 및 출처 자료 #1 - [기고] 일본은 왜 지방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까? (newspim.com)
참고 및 출처 자료 #2 - 일본 지역균형발전 모델된 TSMC 공장 (naeil.com)
참고 및 출처 자료 #3- https://blog.naver.com/taiwan365/22324362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