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하고 우아한, 에드워드 호퍼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 서울시립미술관

by 데일리 우글

"위대한 예술이란 예술가 개인의 심상을 꺼내 놓는 일"

에드워드 호퍼가 말했다고 합니다.


그림은 아주 단정하고, 제겐 어딘가 우울했습니다. 관람객은 마치 여행하듯이 텅 빈 도시의 풍경과 조용한 극장을 보거나 가만히 앉은 사람들을 액자 밖에서 지켜봅니다.


그림들은 실제 장소를 그렸지만 그 장소와 꼭 닮지는 않았습니다. 전시에는 배경을 그린 습작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림 속 사람들은 어딘가 또렷하지 않은 모습들입니다. 몇몇 사람은 부인의 모습을 담았다고 하더라구요.

호퍼가 지낸 도시마다 그림의 색이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이를테면 파리는 날이 좋고 반짝거리고, 뉴욕은 텅 비어 있고, 뉴잉글랜드는 빛을 잔뜩 눌러 담아 그린 것 같습니다.


'호퍼의 미국 풍경화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적 풍경이 아니라 작가의 내면에서 새롭게 그려진다'는 설명이 재차 눈에 띕니다. 그림 그리기뿐만 아니라 그림 감상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새롭게 그린 작가의 내면을 이해하는 건 관객의 몫입니다. 출퇴근하는 현대인이 텅 빈 도시 그림와 흘러가는 시간 그림에 번뜩 떠오르는 건 아마 우울함일 테니까요. 그래서 <가디언>도 "오늘날 우리는 모두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다. 그는 코로나 시대의 예술가인가?"라는 말로 그림을 감상했을 겁니다.

그런데 감당할 수 있는 우울이더라구요. 세상이 모두 같은 불안과 우울을 공유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미친 것도 유난스러운 것도 아니구나, 하는 마음 말입니다.


아마 평생 자신 곁에서 기록을 도와준 부인 조세핀 호퍼 같은 사람을 두고 뭉크 같은 그림을 그리진 못하겠죠. 우울계의 가짜 광기. 그래서 견딜 만하고 그래서 볼 만합니다. 즐거운 전시회였습니다.

※일부 그림의 촬영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프레스 비표를 착용하고 촬영 허락을 얻은 것임을 밝혀둡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청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