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P와 파워 J의 갈등

MPTI는 자신을 남에게 설득시키는 이유가 아니다

by GTS

남편: INFP VS 아내: ESTJ


연애 초기. 서로에게서 다른 취향이 발견될 때마다 새롭고, 설렜다.

연애를 하다보니 이 사람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녀와 결혼했다.

그리고 현실에서 4년하고 절반이 지났다.


아내에게 물었다. "왜 나와 결혼하려고 했어."

아내가 팩폭을 날린다. "일단 외모는 전혀 안 봤어."


"근데 오래 봤는데, 성격은 괴팍해도, 책임감이 있더라고. 그 모습에 안정감을 느꼈어.




나는 책임감이 매우 높은

완벽주의 성향의 P형이다.

완벽주의 성향이 큰 사람들은

무언가를 완벽하게 하려다가,

해야할 일을 뒤로 미루기 일쑤다.

그런데 파워 P이다보니,

그렇게 닥쳐서 일을 할 때 성과가 나쁘지 않다.

이게 반복되다 보니,

가 사는 방식은 스트레스 받으면서

일을 최대한 뒤로 미루다가,

마감 전에 밤을 새워서 허덕이며

어떻게든 해내는 일의 연속이다.


아내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J형이다.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그 디테일이 완전히 다르다.

아내는 무엇인가를 끝내지 못하고,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래서 아내는 일을 할 때마다

해야할 일을 그때 그때 한다.

아내는 일을 끝내고

홀가분하게 노는 것을 좋아한다.


아내에게 말하지 않고,

40일 전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데,

아내가 내 브런치를 살펴보면

아마 뭐라고 할 것이다.

"뭔 이렇게 하나의 테마도 끝내지 않고

새로운 테마로 글을 쓰는가."

그런데 나는 그러하다.

책을 읽을 때도... 1권을 다 읽고 나서

다른 1권을 읽는 방식은 답답하다.

지금은 책을 읽는 빈도를 많이 줄였지만,

고등학생 시절에는

책을 동시에 8권 정도를 읽기 시작해서,

매달 마지막 주가 되면,

동시에 8권 읽는 것이 마무리 되었다.

이런 책읽기 방식에 대해서

아내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이렇게 다르다보니,

제일 부딪히는 게 주말 시간이다.

나는 학원 강사. 보통은 주말에 수업을 준비해서,

1주일 수업을 꾸려가야 하는 삶이다.

아내는 제약회사 영업직. 제약회사 특성상

주중에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많고

주말이 되면 온전히 놀 수 있다.


아내가 주말이 되어서 같이 놀자고 하면,

내 표정이 안 좋아진다.

나는 월요일부터 해야할 수업 준비를 해야하는데...

주말에 놀자니...

아내는 이런 나의 머뭇거림에 대해서 답답해 한다.

왜 자신처럼 평상시에

미리미리 수업 준비를 하지 못하는가.

이에 대해서 나는 평상시에도

업 준비를 안 하는 것은 아닌데,

주말에, 수업 직전에 준비하는 것이

최고로 효율이 좋다고 하면...

아내는 이해를 못한다.

그래서 주말이 되면,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아내와

집 안에 있고 싶어하는 나 사이에서

미묘한 갈등이 생긴다.

그리고 아내는 주말에 함께 데이트하는 것도

눈치를 봐야 되냐며 서운해한다.


"당신 연애 때와 달리 변한 거 같아."


사실 변명을 하자면...

아내와 연애를 할 때는

그렇게 낮시간에 데이트를 하고..

집에 가지 않고,

곧장 학원에 출근해 밤을 새서 일을 했었다.

집에서 밤새워 일한 후,

아침에 운전하는 것이 위험했다.

그래서 곧장 학원에 가서

밤새워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다.

잠은 다음날 수업 사이

공강 시간에 쪽잠으로 때웠었다.

내 노력을 이해 못하는 아내에게 서운했다.


아이가 생겼다.

삶이 온전히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했다.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기본값이 되었다.

이럴 때, 인상 쓰면서 돌아다니는 것도

가족에게 민폐다.

그래.. 아내 방법을 따라해보자.

수업 준비를 천천히 천천히 미리 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다짐했지만, 안 된다.

다행히 답을 찾았다.

학원측에 양해를 구하고,

월요일 수업 자체를 전부 뺐다.

그러고 나니,

주말에 온전히 가족과 보내는 것이 행복해졌다.

아,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


나는 여행을 할 때,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언제 출발해서, 언제 돌아온다

정도의 계획이면 충분하다.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변수들에 직면하는 것인데...

여행 일정을 일상처럼 계획한다는 것에 대해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파워 J인 아내는 혼자 여행을 할 때는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편이다.

처음에 나와 여행을 할 때는

나의 이런 대책없음에 힘들어하고 불안해했었다.

다행인 것은 아내가 여행지에서의 나를 믿어줬다.

그래서 딱 여행의 순간이 되면...

아내는 모든 계획이라는 스위치를 끄고

내게 자신을 의탁한다.

그리고 나는 아내를 변수가 가득 한 여행지로 이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났다. 고된 육아 후...

아이가 22개월이 되었을 때,

아이와 함께 하는 첫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원래대로라면 나는 계획없이 출발하면 된다.

숙소도 정할 필요없이,

출국과 귀국 비행기 표만 사놓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22개월 된 딸을 보니,

내가 계획을 짜고 있었다.

이 계획표를 아내에게 보여주니,

아내가 놀란다.

"당신 P 아니었어. 이건 누가봐도 파워 J인데.."



아, 나도 J가 될 수 있고..

아내도 P가 될 수 있었던 거구나.


우리가 서로를 더 생각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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