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F와 극 T의 갈등

철저한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실현 불가능한 꿈을 지니자

by GTS

남편: INFP VS 아내: ESTJ


연애 초기. 서로에게서 다른 취향이 발견될 때마다 새롭고, 설렜다.

연애를 하다보니 이 사람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녀와 결혼했다.

그리고 현실에서 4년하고 절반이 지났다.


아내에게 물었다. "왜 나와 결혼하려고 했어?"

아내가 팩폭을 날린다. "일단 외모는 전혀 안 봤어."

내가 대답했다. "나하고 반대네."

아내가 물었다. "응?"

무심히 덧붙인다. "난 외모만 봤어. 다른 건 전혀 안 봤어."

"........"

"그런데 너무 안 봤나봐."





극 F 남편과 극 T 아내의 이야기


부모님께서 내게 항상 했던 말은

절대로 보증을 서지 말라는 말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 힘든 걸 못 봤다.

친구가 준비물을 안 가져오면,

친구에게 내 준비물을 빌려주고 내가 혼났다.

대학시절 친구가 형편이 어려워져서

대학원 등록금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6개월 선불을 받고, 친구에게 등록금을 빌려줬다.

친구는 내가 모아놓은 돈이 있었다고 생각했었지만,

나는 그 이후로 6개월만 뼈빠자게 일하면서

궁핍한 생활을 했다.

교사 시절에는 형편이 어려워서

치열이 엉망인 제자가 눈에 밟혔다.

마침 대학 후배 중에

치과 의사를 하는 친구가 있어서,

후배에게는 치과 이벤트에 당첨이 된 것처럼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해서

치아 교정을 무료로 받게 했다.

물론 그 비용은 내가 부담했다.

이 사실은 아직까지도 그 제자는 모른다.

이런 일은 참 많았다.

이렇게 12년의 교사 생활을 했다.

교사라면, 그리고 급여도 다른 학교보다 많은 자사고의 교사였으면,

돈을 어느 정도 모으는 것이 당연했을 것이나,

교사를 그만두었을 때

12년간의 사학연금을 제외하고는

수중에 돈은 거의 없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가 착하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전혀 아니다.

나는 그렇게 착한 인간이 아니다.

그냥... 나라는 인간의 사고 방식이

그렇게 흘러가 버린다는 점이다.

나는 누군가의 힘든 소식을 못듣겠다.

마치 영웅병에 걸린 것처럼..

주위에서 누군가의 힘든 소식이 들리면,

며칠씩 고민이 된다.

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못하면 몹시도 괴롭다.

이것은 착하다의 약상이 아니라...

뭔가 사고 회로가 엉켜있는 것에 가깝다.

MBTI와 MMPI 검사를 하고 나서

내 성향을 알게 되었다.

나는 감정형인 인간이었다.

보증을 서서 패가망신하기 딱 좋은 캐릭터이다.


아내를 만났다.

이 예쁜 아내는 호불호가 매우 분명했다.

좋은 걸, 싫은 걸 말하지 않고 담아두는

나라는 인간과는 참으로 달랐다.

예쁜 모습으로 이렇게 호불호가 뚜렷한 사람은 너무 매력적이다.

나는 그 매력에서 헤어져나오질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아내와 부부가 되었다.

신혼... 꽃길이 펼쳐질 줄 알았다.

그러나 그 꽃길에는 참 많은 왕벌들이

숨겨져 있어서, 쏘이기 일쑤였다.

신혼부터 아내와 부딪쳤다.


아내는 무엇인가 결정하는 바가 나와 달랐다.

후배가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아내에게 했다.

그래서 축의금을 달라고 했다.

결혼 이후 수입을 통합하기로 했고,

그 관리는 안내가 담당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그 후배가 우리 결혼식에 참석했는지와 얼마의 축의금을 했는지를 물었다.

후배가 결혼한다는데,

내가 이것저것을 따져서 축의금을 내야하느냐...

그렇게 이것저것 재면서 살아야 하느냐.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

그날 나는 아내와 언성을 높여서 싸웠다.

아내는 이런 나를 답답해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아내의 이 말이 이해가 된다.

그런데, 당시의 나는

아내의 이 말이 너무도 불편했다.

우리 결혼식에는 과분하게도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왔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지인들은

많이 놀랐다고 했다.

사위가 연예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분들께서 가 본 결혼식 중에서

하객이 가장 많았다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과분하게도 축하해주러 많은 사람들이 오셨다.

그러나 나는 결혼식에 오신 분들과

받은 축의금 명단도 정리하지 않았었다.

누가 얼마를 했는지 기록하는 것이

내게는 너무 불경스러웠다.

부조금을 많이 했든, 적게 했든, 안했든...

나아가 결혼식을 오지 못했든..

그냥 그 마음으로 고마워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이렇게 생각만 하다가...

오히려 결혼식에 시간을 내서 참석해준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빼먹는 결례를 저지른다.

아내는 결혼식에 참석한 분들을

일일이 목록화해서 정리했다.

그리고 신혼여행이 끝나고 돌아온 이후,

그 사람들에게 전부 감사를 전했다.

나는 아내를 매정하다고 비판했지만,

사람들을 더 소중하게 대한 것은

아내였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갈등 양상은

결혼하고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2개월 전의 일이다.

집을 이사하면서

대출의 대출을 끝까지 받은 상태인데다가,

진행하던 수업들이 이상스레 어긋나면서

나 또한 곤란을 겪을 무렵이었다.

동료이자 후배인 강사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다.

상황이 어렵다고,

300만원 정도만 변통해달라는 것이었다.

마음이 아팠다.

이 이야기를 아내에게 했는데, 아내는 단호했다.

안타까운 사정이지만, 우리도 여유가 없다.

나는 이 단호함에 화가 났다.

아내 또한 나의 이런 대책 없는 연민에 화가 났다.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건가.

같이 울어주면 되는 거야?

그후로 아내와 나는 며칠 간 서로서로 말을 안했다.

결론은... 내가 어떻게든 변통해서

그 돈을 빌려줬다.

그리고 그렇게 변통한 돈은 특강을 해서 채웠다.

돈을 빌려갈 때, 고맙다며 1달 후에 돌려준다고 약속했던 그 후배 강사 선생님에게서는

그 이후로 연락이 없다.

물론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 돈이 없어도 나는 살기 어렵지 않다.


나와 아내는 자주 싸우지만,

우리 부모님께서는 내가 결혼을 잘했다고

늘상 말씀하신다.

아내가 나라는 인간의 헤픈 씀씀이를 잘 단속해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따져보니, 혼자 살아온 43년의 시간보다,

아내와 함께 살아온 4년의 시간 동안 구축한 자산이 훨씬 크다.

이것은 F 성향의 과도한 씀씀이를

T 성향의 원리원칙이 단속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구축된 자산이

우리 가정에 안정감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도 나는 여전히 극 F일 것이다.

쓸데없이 눈물많고, 쓸데없이 자상하고,

쓸데없이 사람을 잘 믿을 것이다.

딱 사기 당하기 좋은 호구 중의 호구일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에게는

극 T의 아내가 있다는 것이다.

이 아내가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피고,

원칙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나를 단속해줄 것이다.


그래서 F인 나는

이제사 결혼을 잘했다고 말할 수 있다.

바라기는 T인 아내도 F인 나를 만나서

무언가는 좀 더 좋아진 점이 있기를...



철저한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실현 불가능한 꿈을 지니자.

-체 게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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