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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S May 11. 2024

28th. 쿨병처럼, 감정 표현을 촌스럽게 여길 때

김소월 시인의 <초혼>을 읽습니다.

                  초혼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

허공중(虛空中)에 헤어진 이름이여 !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빗겨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쿨병이 유행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올드하게 느끼나보다.

그래서인지 내가 고등학생 때

매우 유명했던 이 시가

요즘에는 학교에서도 시험에서도

덜 다뤄지는 듯하다.


슬픈 일이 있을 때는 슬퍼해야 한다.

충분히 목놓아 울어야 한다.

담담하게 쿨하게 넘어가는 것만을

멋지게 표현하지 말아달라.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70세가 된 내 아버지는

어린아이처럼 소리 내어 우셨다.

나 또한 70세가 넘어서 그렇게 울 수 있기를

어린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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